(기자의 눈)이란은 되고 북한은 안된다는 '미국'

'착한 이란'과 '나쁜 북한' 나누는 잣대는 미국의 국익

입력 : 2015-04-06 오후 5:09:32
[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지난 2일 역사적인 이란 핵합의 후 ‘이란과 북한은 무엇이 다른가’를 따지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북한 핵협상은 이란과의 협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이란 핵협상을 타결시킨 경험과 교훈은 북한 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한 회의론을 폈다.
 
WSJ는 북한과 이란의 차이점을 5가지로 추렸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의 목표는 제재 해제지만 북한의 목표는 안전 보장이며 △북한 핵시설의 전모는 파악하기 쉽지 않고 △북한은 핵협상 자체에 관심이 없으며 △ 수차례에 걸친 북한의 협상 파기로 미국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분석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 합의의 출발점이 된 2013년 11월 핵합의 당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CNN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케리 장관은 이란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지 않았고 △핵협상에 참가해 왔으며 △핵시설을 매일 사찰 받기로 했고 △핵무기를 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는 점 등에서 북한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의 차이를 열거하며 북핵 해결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는 행위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북핵은 너무 어려우니 핵 능력이 날로 커져도 내버려 두자는 뜻인가? 이미 내성이 생겨 별 효과도 없는 대북 제재의 고삐나 더 조이자는 말인가? 무의미한 말잔치요 무책임한 평론일 뿐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과의 협을 하고 있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에 총력을 기울인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를 보여준 장면이다. ⓒ로이터통신
 
북한과 이란의 핵협상에서 유의미한 차이점은 따로 있다. 첫째는 협상 중재국의 활약 여부다. 이란 핵협상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독일이 미국과 이란의 교섭을 ‘엄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양국과의 관계가 원만한 오만의 중재는 결정적이었다. 오만은 2009년 이라크 북부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이란 국경을 넘어 억류된 미국인 여행객들의 석방 협상을 적극 중재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싹튼 신뢰는 핵협상의 실마리가 됐다.
 
그러나 북한 핵협상에서 중재국의 활약은 없다. 핵심 중재국이 되어야 할 한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7년여간 중재는 커녕 협상을 사실상 방해해 왔다. 평소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가, 북·미 핵협상이 진전되는 기미를 보일 때면 미국의 발목을 잡기에 바빴다. 한국의 태도가 이러하다 보니 중국의 중재 노력 역시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미국의 문제 해결 의지다.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미국은 외교 수장인 케리 국무장관이 교섭을 진두지휘했다. 2013년 11월 합의 전에는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선임 보좌관이 팀을 이뤄 이란 고위관계자들과 적어도 다섯 차례 비밀협상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와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거센 반대를 누르고 이란과의 핵협상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비결은 이란 핵문제만큼은 해결하고 말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였다. 6자회담 특사나 하나 세워 놓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비핵화 선행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만 되풀이하는 대북 협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다. 대북 핵협상 재개 등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렸다”는 미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 대행의 3일 논평은, 북핵 문제를 풀어 보려는 미국의 의지는 여전히 희박함을 보여줬다.
 
미국의 태도가 이처럼 상반된 이유는 국제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 미국이 원하는 이란은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제압하는 데 협력하는 ‘착한 이란’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나쁜 북한’으로 계속 머물러 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 핵·미사일을 명분으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같은 무기를 한반도에 들여 놓고 중국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핵과 이란핵의 차이점만을 강조하는 분석들은, 실은 ‘미국이 계산속’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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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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