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신자산운용, 공무원연금 공단 등에 81억 배상하라"

"'투자위험' 설명 안했다면 전문투자자라도 배상해야"

입력 : 2015-04-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자산운용회사가 투자권유단계에서 펀드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리지 않고 펀드가 투자하는 개발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원금과 수익이 사실상 보장되는 것처럼 설명했다면 이후 손해가 발생한 경우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라도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공무원연금공단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더케이손해보험이 투자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입었다며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6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산운용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신탁의 수익구조와 위험요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투자자 보호의무는 투자자가 전문투자자인 경우도 같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펀드는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고 투자대상이 해외에 있어 투자자들이 직접 그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피고는 위험성을 면밀하고 정확히 분석해 투자 위험성을 알릴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원금 및 일정한 수익이 사실상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설명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피고는 이 사건 펀드를 운용할 때 펀드 투자금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감독하고 투자 사업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으므로 투자사업 실패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투자자가 손해배상금을 전부 지급받았더라도 수익증권의 잔존가치에 대해 배상받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투자자가 손해배상을 받은 이후에 수익증권을 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수익증권의 잔존가치에 의한 이익을 얻는 것이 부당이익은 아니다"며 "원고들이 펀드의 수익권자의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 역시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신자산운용은 2008년 3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시내에 있는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 지역에 객실 1150개 규모의 호텔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상품에 대한 가입을 공무원 연금 등에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자산운용은 설정규모를 320억원, 최소 목표수익률을 10.5%로 지정하면서 호텔개발이 중단되는 등 사업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원금과 최소 수익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무원연금은 100억원, 메리츠는 50억원, 더케이손해보험은 4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부도사태로 금융위기가 덮쳐 2009년 말부터 대출이 묶이면서 호텔 개발사업은 중단됐으며, 투자금을 모두 날린 공무원연금 등은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입었다며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신자산운용의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다만, 개발사업이 실패한 주요 원인은 금융위기이고 대신자산운용으로서도 이를 예측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감안해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했고, 대신자산운용은 공무원연금 등이 승소하는 것에 대비해 "공무원연금 등이 수익증권을 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면서 얻은 수익증권의 잔존가치에 의한 이익을 반환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역시 1심을 유지하면서 대신자산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에 32억6990여만원을,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16억3490여만원을, 더케이손해보험에 13억790여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신자산운용이 상고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 역시 같은 취지로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중소기업은행이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13억8600여만원을, 중소기업은행에 5억5400여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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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