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인터뷰)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연구교육부회장

입력 : 2015-04-14 오후 1:37:06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앵커: 토마토인터뷰입니다. 오늘은 국내 회계와 감사, 기업의 경영자문의 전문가인 한국공인회계사회 안영균 부회장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해 10월 '2014 국제회계사연맹(IFAC) 평의원회'에서 국내 회계사로는 처음으로 IFAC 산하 국제교육기준위원회(IAESB) 위원에 선임되셨습니다. IAESB는 어떤 일을 하시는건지부터 소개해주시죠.
 
안 부회장: 국제회계사연맹은 전세계 130여 개국, 175여 개 회계사 단체가 가맹되어 있는 단체입니다. 여기에는 전문직 회계사 들이 준수해야 할 각종 기준, 예컨대 회계감사기준, 윤리기준과 같은 기준을 제정하는 위원회가 세 곳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국제교육기준위원회입니다. 여기서는 공인회계사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이 갖추어야 할 요건, 공인회계사 자격 부여과정에 포함될 주요 분야, 공인회계사가 된 이후에 지속적으로 교육받아야 할 내용 등에 대한 기준을 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5년부터 국제교육기준위원회 위원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임기는 3년입니다. 위원의 선임과정과 이후 회의 준비과정에서 보니 그동안 국제적으로 공인회계사에 대한 교육체계가 크게 변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다소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는 종전의 투입기준 교육요건에서 산출기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임기 중에 한국의 공인회계사 양성체계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이미 개정된 국제교육기준서 전체를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교육기준과 한국의 제도를 비교하는 연구도 곧 시작할 계획입니다.
 
앵커: 30여 년간 회계업계에서 일하셨는데, 현업에 있을 때와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재임 기간 중 역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안 부회장: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장에서 30여 년을 뛰어 왔습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로 옮기고 보니 우선 회계업계 전체적 입장에서 사안을 보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습니다. 업계 전체의 발전과 환경개선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보람과 자부심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공인회계사로서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주시는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 혜택의 일부라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연구교육 부회장의 역할은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으로 업계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챙기고 리드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보고서 체계 변화에 대한 대응, 공공부문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역할 증대, 차원 높은 세무전문가로서의 위상 정립, 전문적 연구기능의 확보, 가치평가와 경영자문 등 경영전문가로서의 위상제고, 국제적 활동의 강화 등 챙겨볼 분야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됩니다. 제 임기동안 이런 이슈들에 대한 접근방법 정립과 기반을 조성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지난 1989년에 이어 올 10월에 서울에서  2015 CAPA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들었습니다. 행사 성격과 규모, 그리고 행사주제와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안 부회장: CAPA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공인회계사협회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한, 중, 일을 비롯하여 미국, 카나다, 호주, 인도 등 24개국 31개 단체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CAPA는 4년마다 총회를 개최하는 데 올해는 한국에서 26년 만에 다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10월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CAPA총회는 1300 여명의 국내외 참가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회는 ‘Asian Accountants - Lead the way, inspiring the future’라는 주제로 2030년경 다가오는 환경 변화를 조망하고, 회계투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들을 점검하며, 재무보고의 투명성 제고를 모색하는 세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류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환영만찬과 국무총리가 참석하시는 개막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원회는 주인기 IFAC 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회계업계와 회계학회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전 직원이 총력체제로 CAPA 총회에 대비하고 있습니다.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회계 대회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앵커: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국제 회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투명성 부문은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런 이유와 또 개선 방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안 부회장: 아직도 일부 국제기관의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한국이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평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계투명성 개선에는 더 큰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의 의식에 있습니다. 언젠가 화랑을 운영하시는 지인이 제게 “자신이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다”라고 지적하신 적이 있습니다. 문화수준이 올라가려면 예술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한국의 CEO들은 대부분 “나는 회계를 모르니 실무자에게 물어보라”는 말씀을 자랑처럼 하십니다. 최고경영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는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은 직접 회계를 챙기십니다. 경영성과를 보고하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기본적 덕목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기업 중 세계화가 많이 진행된 기업일수록 회계투명성은 높습니다. 최고경영층이 관심을 갖고 챙기기 때문이지요.
 
회계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려면 현재보다 경영자와 사외이사의 재무보고에 대한 책임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터졌을 때 분식회계를 저지른 한 기업의 회계담당 이사가 텍사스 법원에서 2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같은 달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여자는 같은 텍사스 법원에서 25년형을 받았습니다. 분식회계에 대하여 이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물으면 최고경영자가 더 회계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현재 국내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맞물려 턱없이 낮은 감사보수, 경쟁 격화 등으로 회계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감사가 잘 이뤄져야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기업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이 시급할 것 같은데, 중점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안 부회장: 회계감사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니 감사보수를 사회적 합의로 정하자고 수없이 말씀드려도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인 공정경쟁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회계감사는 그 결과물인 감사보고서 이용자는 투자자나 채권자 등 주로 회사 밖의 이해관계자인 반면 감사인을 선임하는 권한은 피감기관인 회사에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감사인의 업무를 적당히 낮은 수준에 묶어 두고 싶은 유인이 작동하게 마련이지요. 감사보수를 적게 줄수록 감사인은 감사시간 투입을 줄이게 됩니다. 이것이 경영자의 이해와 맞는 상황 아래서는 감사보수가 올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한 가지 개선방안으로 외부감사를 처음으로 받는 모든 기업을 금융감독원이 배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부감사를 처음 받을 때부터 보다 독립적인 감사인으로부터 제대로 된 감사를 경험하여야 감사에 대한 필요성과 존중하는 자세가 같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감사보수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공인회계사 시험 지원자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고 전문가로서 사회적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고들 합니다. 선배로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 부회장: 이 문제를 접할 때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공인회계사에 입문할 때보다 후배들에게 더 나은 업무환경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나날이 악화되는 업계현실을 지켜보는 것이 많이 괴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한 말씀드리자면 공인회계사가 되면 짧은 시일 안에 무척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 지장에서도 할 수 없는 기업경영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향후 어떤 경력을 개척하던 본인의 발전에 큰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제 경우 공인회계사로 투자한 초기 10 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 땅의 꿈을 가진 청년 여러분!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인회계사에 입문하여 후회없이 일하고 큰 성취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아직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