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와도 탈?..외환은행 1분기 실적 '딜레마'

지난 4분기 860억 적자 딛고 흑자전환 예상
실적 좋으면 하나-외환 조기 통합 근거 약해져

입력 : 2015-04-14 오후 3:13:0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권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외환은행 실적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외환은행이 1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086790)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근거로 외환은행 순익 악화를 내세워 호실적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딜레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오는 17일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기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당기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증가한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수익성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해 말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대규모 충당금 악재가 없어졌다는 점도 실적 선방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그룹 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익비중이 비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의 1분기 실적은 100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860억원의 적자를 낸 외환은행은 1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에도 외환은행이나 하나금융의 속내는 복잡하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지난 4분기 외환은행의 적자를 근거로 제시했다.
 
역으로 말하면 외환은행의 실적이 좋을수록 조기통합의 근거가 약해지는 셈이다. 이의신청에 대한 결론이 이달 말쯤 나오는데, 앞서 발표되는 1분기 실적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영업을 잘 했으니 순익이 잘 나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올 초부터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본부를 축소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하나금융에서는 반짝 실적반등을 보이더라도 조기통합의 근거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대규모 대손비용 소멸에 따른 기저효과인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은행업황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고임금을 받는 책임자급 이상의 직원이 전체 70% 이상이다"며 "고비용 저효율의 인력구조로는 지금과 같은 업황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실적이 조기통합 명분과 직결되면서 실적 발표 직후에 노사갈등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좋게 나오면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에서는 통합의 명분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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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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