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렸다. 개선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당국의 추가 부양을 바라는 목소리만 점차 높아지고 있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의 국내총생산(GDP)이 14조667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에는 부합했지만 작년 4분기의 7.3%에서는 소폭 둔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6.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의 목표치 7.0%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중국 분기별 GDP 변동 추이.(자료=FT)
◇수출·투자·소비 면면이 부진.."비관적 전망 다수"
이날 발표된 GDP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곳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다. 경제를 구성하는 3대 축인 수출과 소비, 투자가 모두 부진했다.
1분기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도시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6.4%, 10.6%, 13.5%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3월의 지표는 각각 5.6%, 10.2%, 13.5% 증가에 그쳐 1~2월의 평균치를 최대 1%포인트 이상 하회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4.9% 증가했다. 지난 13일 해관총서가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2월 48.3% 급등한 후 3월에는 14.6%라는 예상 밖의 큰 감소폭을 보였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로의 수출이 대체로 부진했다.
대외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성장을 뒷받침했던 내수 경기까지 위축되며 경제 한파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중국 내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투자가 8.5% 급감하며 경기 부진을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GDP 발표에 앞서 실시한 조사에서 6%대를 점친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4.7%까지 악화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최근 세계은행은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2%에서 7.1%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을 6.8%로 인도(7.5%)보다 낮게 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정부는 '뉴 노멀(신창타이·新常態)' 이라는 단어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비켜가려 한다"며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부양에도 중국이 점진적이고 완만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부양책 필요..증시 호황이 변수"
중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힘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며 새로운 동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연달아 단행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이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한 만큼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기업 대표들 및 경제 사절단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경기가 하방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정 산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힌 점은 이 같은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은 "중국 정부가 2분기와 3분기 지준율을 각각 50베이시스포인트(bp)씩 내릴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며 "은행 예금금리도 25bp 가량 낮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부양 기대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은 정책 결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수 천억위안의 자금이 증시로 몰리며 또 다른 버블을 형성 중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의 조정이 발생할 경우 재정 불안정성과 같은 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나 지준율을 건드리기 앞서 공개시장조작수단인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유동성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애닛 비처 TD증권 아태지역 수석투자전략가는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달리 중국 인민은행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갖고 있다"며 "2017~2018년까지 5~6%대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