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2차 시범운송이 지난 16일 시작됐다.
내달 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운송은 러시아 서(西)시베리아 쿠즈바스 탄전의 석탄을 나진까지 철도로 나른 후 나진항에서 남측 항구로 옮기는 방식으로, 1차 때와 같다.
이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실무자들과 정부 관계자 등 18명은 러시아 철도공사와 합동으로 17일부터 23일까지 나진에 들어가 현장을 점검한다.
북한은 한미 연합 ‘독수리’ 군사연습(24일 종료)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측 당국자 등의 방문을 허용함으로써 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을 거쳐 북한 나진까지 철도로 운송한 후 나진항에서 배를 이용해 포항 등 남측 항구로 나르는 복합 물류사업이다. 하산에서 두만강 철교를 지나 나진까지 이어지는 54키로미터 철도는 2013년 개보수 공사를 끝내고 개통됐다.
지난해 11월 하순 1차 시범운송에서는 러시아 석탄 4만500톤을 포항항으로 들여와 포항제철소에서 코크스 원료로 사용했다. 러시아 석탄회사는 포스코에서 받은 대금 400만 달러(약 44억원) 중 운송비를 ‘나선콘트란스’에 지불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3대7’ 비율로 출자한 합작회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항만사용료 등으로 석탄대금 총액의 5~10%인 2억2000만~4억40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컨소시엄은 시범운송을 통해 경제성 등이 입증될 경우 이 프로젝트의 주체인 나선콘트란스의 지분 49%를 사들이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른바 대북 우회투자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이다.
포스코나 발전회사들은 현재 러시아산 석탄을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들여오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행되면 운송비 등을 10~1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1차 시범운송으로 지난해 12월 포항항에 입항한 석탄 운송 선박 ©뉴시스
◇2차 시범운송 계획
2차 물량은 1차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4만톤 가량으로 중국 선사의 화물선 2척이 투입된다. 14만톤 가운데 25일 쯤 광양항에 도착하는 4만톤은 포스코에서 사용되고, 나머지 10만톤은 한국동서발전(24일 당진 도착)과 한국중부발전(5월 9일 보령 도착)의 화력발전 연료로 쓰인다. 늘어난 물량에 비례해 북한이 받는 항만사용료도 7억7000만~15억4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24 조치 해제 계기 되어야’ 주장 나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이들도 이 프로젝트 자체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다만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후 대북 제재를 목적으로 내려진 5·24 조치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음을 지적한다. 정부는 남북 항구간 해운 교류를 금지한 5·24 조치의 예외로 이 프로젝트를 인정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그냥 ‘봐주는 것’이다. 근거와 명분이 없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공식 시행을 5·24 조치 해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5·24의 해제는 다른 교류를 일으키면서 남북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남·북·러 3각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북관계”라며 “남북관계가 뒷받침 되면 이 사업의 규모와 의미가 더 커진다. 5·24를 해제해 다른 분야와의 연관효과를 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