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그리스 디폴트 위기감 '최고조'..유럽에 '경고등'

그리스 정부, 채권단과 각세워..의견차 여전
24일 구제금융 협상 전망 불투명..유럽 관료들 '회의적'

입력 : 2015-04-20 오전 11:35:41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워싱턴을 직접 방문해 부채 위기를 타개하려 했으나, 채권단과의 의견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 마감일이 보름도 남지 않아,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란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스 정부, 반긴축 주장 고수..채권단과 각세워
 
뉴욕타임즈(NYT)는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가 채무 탕감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라 최선을 다해 고통스러운 경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우리에겐 민주주의란 또 다른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채권단이 부여한 구조개혁을 이어가겠지만, 자국 국민들의 요구 사항인 채무 탕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는 지난 1월 총선에서 반긴축 공약을 내걸고 집권에 성공했다. 
 
그리스 부채 총액은 3030억유로(35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채무는 상환일이 도래하기 전까지 각 기관에 순차적으로 갚아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채무를 다 갚으면 올해에만 국내총생산(GDP)의 12%에 해당하는 돈이 소모될 것으로 추산한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
이터통신)
 
◇채권단, 부채탕감·상환일 연기 요청 ‘거부’..디폴트 위기 급증
 
그리스에 돈을 꿔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의 채무탕감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지난주 인터뷰에서 "정치와 현실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그리스를 상대로 한 '부채탕감(haircut)'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2010년부터 경제 구조 개혁을 대가로 그리스에 총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유로존 국가들과 ECB, IMF가 이 구제금융의 90%를 담당했다.
 
얼마 전 IMF는 부채탕감 요구 뿐 아니라 채무 상환 기일 연기 신청도 거절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라"며 상환일 연기 요구를 일축했다.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 구제금융 협상문에 따라 구조개혁과 긴축정책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오는 5~6월 동안 IMF에 총 25억유로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그리스 정부는 5월1일까지 2억유로를, 5월12일에는 7억5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는 6월과 7월에는 ECB에 110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짐을 떠안고 있다.
 
◇24일 구제금융 협상에 관심 ‘집중’..전망 어두워
 
전문가들은 그리스 국가 재정이 4월 말쯤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는 4월 말 연금과 공무원 임금을 지급하려면 24억유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걸 그대로 집행한 이후엔 빈털터리가 돼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 그리스 재무부의 한 관료는 "우리에게 남은 현금은 20억유로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제 남은 기회는 한 번뿐이다. 치프라스 재무장관은 오는 24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을 만나 구제금융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이 협상이 성사되면 그리스는 구제금융 분할금 72억유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협상을 낙관하고 있으나, 다른 한 쪽은 그렇지 못하다. 채권단은 그리스 공무원 임금과 연금 법안이 수정 돼야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에 구체화된 경제 구조개혁 계획안을 제출하면,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최근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저소득층 근로자의 연금을 늘리는 안을 추진하는 등 채권단의 요구를 정면으로 역행하기도 했다.
 
한 유럽 관료는 "우리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수치가 여전히 적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재무장관도 "24일 회의에서도 해결책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리스와 채권단은 시장이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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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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