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건설할 부지인 마산종합운동장(왼쪽)과 기존 마산야구장 전경. (사진제공=신승만)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경남 창원시의 새 야구장 건설에 또 장애물이 생겨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창원시 내부 갈등이 해결되니 이젠 경남도가 발목을 잡는 형태다.
◇도비 지원 불가..도 방침 불변 시 창원시 부담 30% 증가
도는 행정과 명의로 지난 12일 시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창원시의 야구장 신축에 대해 '도비 지원 불가'란 도의 입장을 밝혔다. 공문은 도내 18개 시·군을 직접 돌던 홍준표 지사가 지난 1월23일 창원시 순방 당시 청취한 건의 사항의 조치계획 통보 형식을 통해 작성됐다.
도는 공문을 통해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며 재정 건전화에 힘쓰는 최근 도의 상황을 지원 불가의 이유로 들었다.
도의 통보는 예견된 바다. 순방 당시에 홍 지사가 "야구장 신축은 김두관 지사 때 모자이크사업으로 약속한 것이고, 200억원을 일률적으로 주는 것은 안 되며, 창원야구장도 그때 바로 폐지했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문은 이 같은 홍 지사의 인식이 현실화된 것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시가 예상하는 구장 건설비는 시공 부분만 1240억원에 달한다. 200억원은 전체 시공금액 대비 16%에 달한다.
당초 도는 김두관 전 지사가 이끌 시절, 도내 기초 지자체에 '모자이크사업' 명목으로 도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시는 야구장 신축 자금 명목으로 200억원을 신청했고 도의 확약을 받았다. 시는 이를 토대로 야구장의 신축에 도 지원을 전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시가 예상한 자금 분담은 시비 650억원 외에 국비 290억원, 도비 200억원, NC다이노스 부담금 100억원이다.
하지만 도의 12일 공문으로 도의 자금 미지원 결정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비 분담분을 시가 부담한다면 시의 투자액은 당초 예상 대비 30.7%가 늘게 된다.
다만 시는 도가 확언한 자금지원 불가 방침이 야구장 건설 지연이란 형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시 예산은 연 2조원이 넘는다. 예산 투입 순서를 바꿔서라도 야구장 건설에 비용 부족으로 인한 지연은 없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도를 설득해 늦더라도 당초 예정됐던 지원을 하는 형태로 이끌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비는 오는 5월 또는 8월 실시될 지방재정투융자 심사를 통과해야 확보 가능하다. <뉴스토마토>의 취재 결과 국비 지원은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부지 선정 문제로 논란이 컸을 당시 조건부 지원을 밝히며 'NC와의 합의'만 요구한 바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2014년 9월4일 창원시 새 야구장 입지를 진해구 여좌동 육군대학 부지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입찰방법 '기술제안' 고집으로 개장 1년 지연
시는 물론 NC도 도의 지원 불가 방침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전술한 대로 시의 연간 재정 규모가 2조원에 달하며, 최근 시는 야구장 건설을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NC가 창단 이후 최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시구를 안상수 창원시장에 맡겼을 정도로 상호 간 관계 또한 좋다. 실무자 간 관계도 원만하다.
시의 야구장의 건설 시기에 지연을 주는 요인으론 도의 입찰방식 고집이 손꼽힌다.
앞서 도는 수 회에 걸쳐 야구장 공사의 입찰 방식을 시와 NC다이노스의 희망 방식인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 대신 기술제안 방식을 택하라 통보했다.
법규에 따라 광역지자체(도)는 기초지자체(시)의 신규 공사에 입찰 방식을 심의하는 권한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도와 시의 입장 차이가 크다.
이미 야구장 건설은 입지 선정 문제로 상당히 많이 지연됐다.
NC는 물론 시도 빠른 공사 마무리를 위해 턴키 공사를 선호한다. 턴키는 설계와 시공을 함께 행하는 형태라서 공기(工期)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도는 꾸준히 기술제안 방식을 권고 중이다. 기술제안 방식은 턴키 방식에 비해 공사비 3~4% 절감은 예상되지만 야구장 공사에서의 사례는 많지 않기에 절감액도 확실치 않다.
반면 설계 이후 시공을 하는 형태라 공기 증가는 불가피하다. 시는 6개월, NC는 1년의 지연을 예상 중이다. 양 측이 언급한 기간은 모두 최소 지연기간이다.
결국 시는 도의 입장을 고려해 기술제안 방식의 입찰 방법을 확정하고 NC에 통보했다. 따라서 창원시 새 야구장 개장 시점은 2018시즌이 아니라 2019시즌이 된다.
◇창원시가 진해구 여좌동의 옛 육군대학 부지에 건설하려 시도한 새 야구장 이미지. 창원시는 입지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바꿨고, 입지 조건상 관련 설계도 새로 해야만 한다. (이미지제공=창원시)
◇홍준표 도지사-안상수 시장의 갈등 연장선이 야구장까지 확대되나
지역 정계에서는 이번 야구장 관련 논란이 홍 지사와 안 시장의 갈등을 통해 생겨난 문제라는 식의 관측이 많다.
다만 갈등 원인은 홍 지사와 안 시장의 중앙 정계 활동 당시의 문제가 아닌, '창원광역시' 승격 추진의 문제로 기인했다는 분석이 다수다.
안 시장은 지난 6.4 선거 당시에 거론된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문제에 대해 그동안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다 1월부터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1월 공식 선언 이후 3월 민간 차원의 추진기구가 만들어졌고 이제는 시내 곳곳에서 창원의 광역시 승격을 외치는 광고물을 접할 수 있다.
홍 지사는 창원의 광역시 승격을 반대한다. 인구 32.7%와 지역내총생산(GRDP) 37.4%가 빠져나가 도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도와 시는 최근 진해 웅동지구 글로벌 테마파크 조성, 옛 한국철강 부지의 아파트 건립사업 등 여러 사안에 큰 갈등을 냈다. 심지어 홍 지사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무상급식 관련 논란에서조차 시는 여러모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
야구장 건립과 관련된 여러가지 갈등은 그간 양 측의 갈등의 연장전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해온 한 도의원은 "그간 다른 문제와 달리 야구장 관련 문제는 시민 다수가 보고 있다. 도가 불리할수밖에 없다"면서도 "시는 도비 지원이나 공사 입찰방법 심의 등에 도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서로 약점을 쥐고 싸우는 형국"이라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