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900원 붕괴 가시권..커지는 엔저공포

수출기업 비상..원·엔 환율 900원이면 국내 총수출 약 8.8% 감소

입력 : 2015-04-23 오후 4:23:44
원·엔 환율이 900원선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심화됨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리는 등 엔저공포가 커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 붕괴 가시권에 진입하며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 뉴스원
 
23일 원·엔 재정환율 종가는 903.0원으로 장중 최저치는 902.0원을 기록했다. 오후 3시 기준 원·엔 환율은 902.6원으로 900원 붕괴 가시권이다.
 
원·엔 환율은 일본의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2년 6월 아베노믹스 시작 당시만 해도 100엔당 1500원 수준이었지만 일본의 적극적인 엔저 정책으로 이날 900원선까지 붕괴됐다.
 
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원화강세를 이끈 것도 영향을 끼쳤다.
 
원·엔 환율이 7년 만에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엔저 현상이 심화되자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감소 우려가 커졌다. 일본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원화 가치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일 수출경합도는 2008년 0.446에서 2013년 0.501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수출 경합도가 0.5라는 것은 양국 수출품 구성의 절반이 유사함을 나타낸다.
 
실제로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국내 수출기업 453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32.3%가 원·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들의 올해 업무계획 수립 기준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익분기 환율은 평균 972.2원으로 집계됐다.
 
김윤지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원·엔 환율 영향 기업들의 경우 원·엔 환율이 지난해 연평균 996원에서 올해 900원으로 약 10% 하락할 경우 수출액은 평균 4.6%, 영업이익은 평균 3.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수출 경합 분야가 많아 해당 기업에게는 원·달러 환율 상승보다 원·엔 환율 하락이 영향 강도가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연평균 원·엔 환율이 900원일 경우 국내 총수출은 약 8.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석유화학과 철강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자동차·기계·IT등의 품목도 수출 부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급격하게 변동하거나 한쪽 방향으로만 거래가 되는 경우 미세조정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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