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때와 유사 ‘성완종수사' 갈길 멀다

핵심측근 3인방 '모르쇠' 기초공사 '난망'

입력 : 2015-04-28 오후 5:01:02
"이번 사건을 보면 지난해 유병언 사건과 비슷한 면이 있다. 쉽지 않은 수사를 하고 있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핵심 당사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주변의 진술과 산발적으로 흩어진 물증만으로 퍼즐 찾기를 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검찰은 세월호 사건 직후 원천적 책임자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이후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개월에 걸쳐 숨바꼭질을 했다. 그러나 결국 유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수사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수백억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공범인 계열사 관계자들만 수사 끝에 기소가 됐다. 그나마도 공범들이 숨진 유 전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검찰이 애를 먹었다.
 
이번 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수사의 한 갈래로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증거인멸 정황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만 결국 '리스트 8인' 의혹에 다가가기 위한 디딤돌쯤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이 매번 강조하고 있는 '기초공사'란 이 디딤돌을 흔들림 없이 박아 놓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수사상황을 보면 그 디딤돌이 좀처럼 잘 박히지가 않는 눈치다. 증거인멸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이 일관되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성 전 회장에게 돌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의 핵심 심복인 박준호(49·구속) 전 상무는 증거인멸을 인정하면서도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팀이 찾는 비밀장부 등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이용기(43·구속) 비서실장은 아예 증거인멸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수사팀에 따르면 이 실장은 경남기업에 첫 압수수색이 있은 지난달 18일 오전 6시35분쯤 자택에 있던 성 전 회장의 여비서 조 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님의 책상을 치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장의 지시에 따라 조씨는 A4박스에 성 전 회장의 물품을 서둘러 담아 경남기업 본사 건물 지하 1층으로 옮겼다. 이 박스 안에는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메모, 일정표 등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실장은 지난 26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여비서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증거인멸 지시가 아니라 회장님이 일찍 출근할 것 같으니 대비하라고 팁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옮긴 물건 중에는 비밀장부 같은 중요 자료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비서 조씨 역시 비슷한 취지로 수사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 주말 이번주 초 성 전 회장의 회사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실장이 구속된 데 이어 전날 정낙민 인사총괄팀장이 참고인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이날 재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팀의 말 대로라면 정 팀장은 기업측 증거인멸을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핵심 참고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팀장 역시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비밀장부나 성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경남지사 등 '리스트 8인' 중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언론 등에서 소환일정이 거론되고 있지만 검찰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먼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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