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이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에 웃돈이 수 천만원 이상 형성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부산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날 청약 당첨자가 발표된 '광안 더샵' 분양권에 최고 8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이 부산 수영구 광안동 소재 광안맨션을 재건축해 263가구 규모로 공급한 이 단지는 일반분양 99가구 가운데 91가구에 대한 청약 신청을 받은 결과, 총 3만593명이 몰리며 평균 369대1, 최고 11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것은 물론, 지난해 146대1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보인 부산 금정구 장전동 ‘래미안 장전’의 기록도 갈아치운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형에 상관없이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됐으며, 로열층을 기준으로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호수가 더 좋은 조합원 물건은 더욱 강세다. 매물이 거의 없을뿐더러 프리미엄이 1억3000만~4000만원에 달하다보니 일반분양가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분양가가 최고 4억2000만원인데 조합원 분양권에 억 대 이상 웃돈이 붙다보니 일반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다”며 "떴다방에서도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흥행 1위였던 '래미안 장전'도 갈수록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다. 장전3구역을 재개발해 1938가구 규모로 공급된 단지로, 일반분양 1384가구 중 958가구 모집에 14만63명이 몰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인기에 걸맞게 초기 프리미엄만 5000만 원 이상 형성되며 당첨자 발표 전 물딱지 거래가 성행한 데다, 당첨 통장을 이중으로 사고파는 불법 행위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8000만원 후반에서 9000만원 초반으로 올랐다"며 "저층도 8000만원은 얹어줘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형적인 가격 상승세를 타고 정작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 대신 투자 목적의 가수요자와 부동산 업자들만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현장의 경우 당첨자 발표일 밤 12시에 떴다방들이 야시장을 이룰 만큼 모여든다"며 "떴다방도 단계가 있는데, 청약통장을 조직적으로 매입한 뒤 당첨되면 중개업소에 프리미엄을 주고 바로 파는 업자들이 돈을 제일 많이 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 이들에게 물건을 사서 이익을 남기고 중개업소나 다른 떴다방에게 파는 중간 단계 떴다방, 그리고 이런 중간 단계 업자에게서 물건을 받아서 일반 수요자에게 팔거나 중간 단계 업자와 고객을 연결시켜 수수료를 먹는 가장 아래 단계의 생계형 떴다방이 얽혀서 프리미엄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일반분양 비중이 높은 만큼 물건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에 수요자 스스로 발품을 팔고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가며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동산114의 집계를 보면 전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서 일반분양분의 평균 비중은 39.4%다. 수도권은 30.8%로 전국 평균에 못 미치지만 지방은 55%로 절반을 넘는다. 전국에서 재개발·재건축 물량 중 일반분양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로 77.9%를 나타냈으며, 분양권 투자 열기가 뜨거운 부산과 대구 역시 각각 64.4%, 58%로 집계됐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용적률 상향 제한과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일반분양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분양 사업장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안내서에 나온 동호수 배치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영향으로 일반분양가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코니 확장과 옵션을 포함한 일반분양가가 조합원분양가와 인근 새 아파트 시세 수준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