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찾자

입력 : 2015-05-13 오전 6:00:00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성장률 1%대의 저성장에 그치고 있다.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 경제 역시 역시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합산 성장률도 5~6%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 성장을 주도하던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7~8%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신흥국 경제 역시 글로벌 저성장 현상에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부진한 경제와 함께 글로벌 디플레이션 심리는 경제 총량을 수축시키는 위험요인이다.
 
부진한 경제는 결국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미국이 그랬고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유럽 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그리고 경기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국도 그 목적은 시장에 돈을 풀어 추가적인 경기하락을 방어하고 경기회복을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의 양적완화(QE)를 통해 약 4조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며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에 이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과 유럽 역시 시장에 돈을 풀며 경제 회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낮아진다. 낮은 금리는 실제적으로 채권,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경우도 저금리는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 투자 효율성을 개선시키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시차를 두고 기업들의 실적도 점차 개선된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성장 국면에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진 것도 바로 저금리가 자산가치를 상승시킨 사례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경제는 저금리 기반의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국내 상황은 어떤가? 불과 한달 사이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거래대금의 폭증에서 보듯 활황장의 모습을 보였다. 역사점인 고점 돌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반면 최근에는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며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러한 변화의 계기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 증시 변화에 불씨가 된 것은 지난 3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하가 유력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인하 카드의 뒤늦은 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만 결과를 생각하면 중요한 것은 인하 방식 아니라 결국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중요한 변수였던 셈이다. 한국의 뒤늦은 금리인하는 해외 불확실성의 축소와 맞물려 한국 주식시장을 글로벌 유동성에 포함시킨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최근의 하락은 상승 이후의 조정과정에서 나타난 밸류에이션 논란과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 그리고 일부 기업의 문제로 인한 시장의 신뢰성 저하 등이 주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 관련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펀더멘탈 변화가 목격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미국 경기 만을 놓고 보자면 성장률 둔화 등으로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또 하나 밸류에이션 관련 현재 한국 증시의 단기 급등이 부담스럽다면 과거 미국과 일본 증시의 상승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순항할 수 있던 것은 제로금리 정책으로 주식시장의 극단적 저평가를 만든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미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금리와 실질 배당수익률을 비교하면 정확히 미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시작된 2013년을 기점으로 갭이 축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증시는 채권투자자가 보기에도 매력적인 배당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정책당국의 본격적인 배당확대 정책과 기업이익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 한국도 그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모간스탠리캐피탈인덱스 한국지수(MSCI Korea) 기준 국내 증시의 배당 수익률은 1.21%로 2013년 말 1.02%에 비해서는 0.19%p 상승하고, 배당성향은 11.0%에서 16.2%로 높아졌다.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의 배당수익률 2.77%, 배당성향 35.4% 대비 한참 못 미치지만 거꾸로 배당 확대 여력은 그 만큼 높은 셈이다.
 
그리고 국내 시장금리가 2%를 밑돌자 주식을 고위험 투자자산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 유지 의지가 강하고 기업의 배당확대 촉진 정책이 성과를 낸다면 한국증시 매력은 배가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물론 단기적으로 상승률이 커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다. 미국 무제한 QE 개시시점과 한국 1%대 금리시대 진입 시점의 미국 증시와 한국증시를 비교해 보면 한국증시의 상승여력은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준 금리가 2%를 밑도는 저금리 환경에서는 지금까지의 비관적인 전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금리 환경과 더불어 경기부양이라는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를 감안하면 시장의 신뢰는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금융장세는 점차 기업들의 실적개선을 동반한 실적장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될 것이다. 실적개선이 확인된다면 성장성과 관련된 밸류에이션 논쟁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이다. 이제는 한국 증시도 저평가 영역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때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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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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