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식거래 수요는 파악했던 것보다 꽤 높았습니다. 매도수요는 생각보다 훨씬 컸죠. 이제 '장외주식 호가게시판(K-OTCBB)'이라는 장(場)이 섰으니 매수 자금과 매도 주식이 만나 100% 공정호가가 수렴될 것으로 봅니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K-OTC) 부장(사진)은 1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장외주식 거래를 위해 개설한 K-OTCBB가 금융투자업계에 새지평을 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K-OTCBB에서는 주식유통이 가능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춘 모든 비상장법인 주식의 거래가 가능하다.
투자자 자격제한도 없다. 다만 허위매물 등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매수·매도 주문을 위한 증거금을 100% 징수한다. 매수주문은 매수대금에 해당하는 투자자예탁금 잔고가 있는 경우 매도주문은 해당 주식이 입고된 경우에 한해 접수가 가능하다.
거래 참여 증권사는 KDB대우증권과 대신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HMC투자증권, 코리아에셋증권 등 7개사다.
개설된 지 2주 남짓 지났지만 거래종목 수 증가폭은 두드러졌다. 개설 당시 75개였던 종목 수는 지난 8일 기준 180개로 2.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장외주식의 매수 또는 매도를 위해 투자들이 제시한 호가건수도 같은 기간 91건에서 160건으로 증가했다.
김 부장은 K-OTCBB가 시장 초기 안착에 그치지 않고 매수·매도의 균형점을 찾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매도주문과 매수주문이 각각 74%, 26% 수준으로 매도 위주로 편향됐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김정수 부장은 "초기다보니 아직은 매도자 위주의 수요가 높지만 매수 수요가 동시에 발생해야 시의적절한 유동화시장이 될 수 있다"며 "적정가격이 가능한 거래 풀(Pool)인 만큼 기대감도 높다"고 말했다.
매수·매도간 균형을 맞추는 데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KOTCBB는 일반 주식시장과 달리 협의에 의한 시장이기 때문에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투협은 주식뿐 아니라 정형화되지 않은 상품을 미리 구비해두고 시장변화에 대처할 계획이다.
김 부장은 "현재는 K-OTCBB의 거래대상이 주식으로 한정돼 있지만 향후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탈 지분, 해외주식DR 또는 비상장주식워런트(Warrant), 크라우드 펀드의 소액출자자 지분 등 시장의 유통 수요가 발생하는 모든 상품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