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대수술에 나섰다. 당장 6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부터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하는 등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 등 10대 분야 재정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지방 교부세 등 지방재정체계를 뜯어고치고,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누리과정 등 주요 교육서비스는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가운데)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는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10대 분야 재정개혁과제와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전략 등을 논의했다. 정부는 논의 내용을 반영해 올 9월에 내년도 예산안과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재정개혁'이라는 칼을 꺼내든 것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과 늘어나는 복지 수요 때문이다. 나라곳간에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계속 늘고 있어 강력한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최근 경기회복세가 경제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 등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당분간 재정은 경제활력 제고를 적극 뒷받침하되, 강력한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6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부터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모든 사업은 원점 재검토하고, 보조금 전수 평가 등을 통해 불요불급하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은 퇴출 또는 예산을 삭감한다.
또 사업수 총량 규제, 보조사업수 10% 감축 등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과감히 폐지 또는 통폐합하고, 유사·중복사업 600개는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조기 정비하기로 했다.
분야별 10대 재정개혁도 이뤄진다. 우선 행정자치부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고려해 지방 교부세 등 지방재정개혁을 추진한다. 보통교부세 산정 시에는 노인·아동·장애인 등에 대한 복지수요 가산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부동산교부세 배분기준에서 사회복지 비중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방 교육재정을 손 볼 예정이다. 기존에는 각 지역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해 '누리과정 예산대란'을 불러왔던 누리과정 등 주요 교육서비스 비용은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고 각 교육청별 편성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 교육교부금을 배분할 때 학생 수 비중을 확대해 학생수가 많은 곳에 더 많은 교부금을 배분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개발(R&D) 지원체계를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개편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계연구원 등 6개 산업지원연구소는 정부지원을 민간수탁 실적과 연계하고, 산업현장을 중시하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개편 추진한다. R&D 총괄조정기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도 설치한다.
보건복지부는 재정누수 차단, 부정수급 근절, 의료 급여·장애인 등 복지제도 전반에 걸친 효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보육의 경우 아동발달과 근로여건 등에 따라 맞춤형 보육체계 제도화를 추진하고, 요양병원과 의료급여는 본인부담금을 상향조정한다. 장애수당 등 서비스 신규 신청 장애인의 경우에도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재판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다음달 첫 발표하고 앞으로 매 2년마다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재량지출 제한, 조세감면 제한 등 재정준칙 제도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방문규 차관은 "재정개혁을 통해 절감된 재원은 내년도 예산편성과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과정에서 서민, 취약계층, 중소기업, 청년고용 등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