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플랜텍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어 모그룹의 외면으로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재무구조개선을 추진 중인 포스코가 부실계열사와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지난달 포스코 손자회사인 포스하이알에 이어 두 번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린 포스코 정기 이사회에서는 포스코플랜텍 지원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포스코가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안건이 정식으로 상정돼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당분간 추가 지원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2010년 3월 이후 네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는 곤란하다는 내부 기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모기업인 포스코도 현재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추진 중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실 계열사를 더 이상 안고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시장의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 경우 다른 계열사의 신용등급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포스코플랜텍은 더욱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13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의 시중은행에 대해 199억3000만원 상당의 대출원리금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9.2%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1일에는 443억5000만원 규모의 외환은행 무역어음 대출을 상환치 못했고, 하나은행에서 받은 기업일반자금대출 150억원도 연체 중이다. 모두 합하면 연체 규모는 총 800억원에 달한다. 오는 9월13일에는 52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이날 포스코는 검찰 수사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다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권오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포스코 사내이사 전원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5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출범에 앞서 위원 전원과 모든 계열사 대표들은 권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포스코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포스코건설에서 시작된 비자금 사건으로 떨어진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 울산1공장 정문 앞 모습(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