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을 돕기 위한 창업 스쿨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4~50대 직장인들은 한 번쯤 ‘창업’을 상상해 본다. 실제 우리나라 50대 자영업자의 수는 175만명으로 자영업자의 3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평균 영업지속 기간은 3년 남짓에 불과하다. 창업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잃을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국내 경제 성장의 중축이 됐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고 있어 고령화시대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은퇴 시기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퇴직 후에도 최소 30년은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뉴스토마토>는 50대 노후를 대비하는 마지막시기, 창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지 면밀히 짚어봤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대사다. 이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애정을 갖고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나오면 회사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창업보다 폐업수가 더 많다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사말오초’에 해당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은퇴자 700만, 매년 15만명의 은퇴자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2018년에는 고령화, 2026년에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넘어가면서 평균 퇴직 시점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40대에도 조기 퇴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다보니 은퇴 후 불안한 경제적 여건을 탈피하고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이익 추구와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창업을 대안으로 삼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창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누구나가 죽을 때까지 창업은 한 번쯤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안전한 직장은 없고, 평생 한 번은 창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요즘은 창업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다. 늦더라도 나침반을 보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돈 보다 존재가치를 원하는 시니어들
막상 창업을 시작하지만 성공을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트렌드에 뒤처지는 50대 이상 창업자들의 실패 확률은 더 높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국내 583만명의 개인사업자 정보를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매년 평균 37만3000곳이 창업하고 평균 34만7000곳이 폐업했다. 창업에 도전한 사람 중 10%만이 생존한다는 의미다. 200만명의 50대 이상 자영업자 180만명이 창업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전체 외식업종 창업자 중 90%가 폐업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사람들도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창업은 50대 시니어들에게는 더 높은 벽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의 창업 성공을 위해서는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시니어들의 경우 생계형으로 창업을 준비하기보다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가 많다. 돈을 버는 것만큼 자신이 대우를 받기 위해 창업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대기업에서 종사하다 퇴직 후 소설가가 된 A씨는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기 위해 출판사를 알아보는 중이다. 주위에서는 소설이 잘 팔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만류하는 중이지만 A씨는 “돈은 안 벌어도 좋다. 내 존재가치만 확인하면 된다. 인세도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며 확고히 출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A씨와 같은 태도로 창업에 도전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교육사업본부장은 “일부 시니어들 중에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가치가 그 어떤 것 보다 크다. 명분이나 체면을 원한다”며 “이러한 마인드로 접근하기 때문에 시니어 창업은 ‘얼마를 벌었냐’보다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냐를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100% 확실한 창업 아이템은 없다
김 본부장에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문의는 “어떤 아이템을 해야 성공할까요”다. 이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돈 잘 되는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을 방증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그런 아이템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요식업은 극심한 레드오션으로 꼽히고 있으며, 안정적이라는 평가지만 개인 역량에 따라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실내 스크린 골프, 피시방 등 여가 사업도 이미 시장에서는 포화상태다. 여름이나 겨울, 한 철을 노리는 빙수 사업도 트렌드가 되자 우후죽순 생겨났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창업 아이템을 정하기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생애 재설계라고 말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창업은 그야말로 완전 경쟁의 상태인데, 당신의 가치관이 융합할 수 있겠느냐’ 등 극복해야 될 요소를 면밀히 고심하고, 목표 달성 방법을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 뒤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학생들은 시스템 훈련이 돼 있어서 계획대로 생활하는 것이 훈련이 돼있지만, 시니어가 되고 나면 계획이나 목표, 관리가 전혀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경험한 사람도 몇 개월 쉬다보면 관리가 안 되는 상태로 접어든다”며 “잘 훈련된 2030과 싸우려면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하다. 자영업은 시니어를 대우해주는 시장이 아니다. 그러려면 본인이 완전 경쟁 상태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