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 피해자'서면 의견진술'방안 도입

입력 : 2015-05-19 오전 6:00:00
#피고인 A씨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B씨는 재판에 참석해 폭행으로 인한 현재 몸 상태 등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B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B씨는 증인신문기일에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가 악화되고 말을 잘 못하는 자신이 피고인 및 피고인의 가족들 앞에서 진술하는 것이 오히려 두려워졌다. 결국 B씨는 증인신문기일에 불출석해 형사 재판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앞으로 B씨와 같은 형사피해자들이 공판절차에서 증인신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피해 정도에 관한 의견을 서면으로도 진술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증인신문기일 외에서 피해의 정도 등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하거나 서면을 제출할 수 있도록 관련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전날 입법예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은 형사소송법상 피해자의 진술권은 증인신문으로 그 방식에 제한돼 있어 법원은 직권으로 피해자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피해자의 진술을 '증인신문'으로 규정해 피해자를 증인신문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권리 주체로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가 '신청'한 경우에 '진술' 하도록 규정해 서면을 제출하거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진술을 듣는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피해자의 절차참여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개정된 형사소송규칙으로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피해의 정도 및 결과 등에 관한 의견을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고 진술하거나 서면으로 제출할 수 있다.
 
또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진술 할 수 있도록 하되 다만, 피해자의 의견진술 등은 범죄사실 인정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자료 / 대법원
 
이날 대법원은 또 민사재판에서 당사자 본인에게 변론종결 전에 최종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당사자신문 신청 시 신문사항 사전제출의무 규정을 삭제한 민사소송규칙 개정안도 전날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사소송규칙은 당사자신문사항을 반드시 사전에 제출시키고 이를 상대방 당사자에게 송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신문사항 사전 제출의무 규정을 삭제하고 법원이 사건에 따라 효율적인 당사자신문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당사자신문을 신청한 당사자에게 당사자진술서 또는 당사자신문사항을 제출할 수 있게 했다.
  
자료 / 대법원
 
자료 / 대법원
 
대법원의 이 같은 대법원규칙 개정 추진 배경에는 지난 4월14일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기수)가 제3차 회의에서 채택한 '당사자의 사실심리 절차참여 강화방안'에 관한 건의문에 따른 것이다.
 
개선위에서는 '형사재판 피해자의 증인신문 외 의견진술제도 도입', '민사재판 당사자 본인의 변론기일 최종의견진술권 명문화', '민사재판 당사자신문 실효성 확보 위한 당사자신문사항의 사전제출의무 면제' 등의 개선방안이 제안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민사소송규칙 개정안은 오는 6월 대법관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고 개정 규칙은 공포 후 즉시 시행할 것"이라며 "대법원은 이번 규칙 개정 외에도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가 건의한 내용의 시행에 필요한 관련 법령정비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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