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오는 9월 산은지주회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KPBC)로 분리되는 산업은행이 시중은행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합병(M&A) 대상으로는 외환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민영화 이후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시중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지주사가 투자은행(IB) 중심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기업금융 노하우와 수신 기반을 확보한 시중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산은이 실제로 시중은행 인수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외환은행이 거론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는 지난 2006년과 2008년 각각 국민은행과 영국계 HSBC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대와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매각에 실패했다.
이와 함께 한국씨티은행 등도 인수 후보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최근 어려움에 빠진 미국 본사가 한국 법인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산은이 본격적인 민영화 이전에 시중은행을 인수할 경우 매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산은이 시중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은행권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산은이 기존에 갖고 있는 정책금융기능을 KPBC로 이전한 뒤 민영화의 '옷'을 입고 본격적인 영업경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정책금융을 담당해왔던 산은이 당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지주사가 시장에 뛰어든다 할지라도 치열한 경쟁에 길들여진 시중은행의 영업력을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올 8~9월 산은을 산은지주사와 KPBC로 분리한다는 내용의 산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5년 안에 산은지주사의 첫 지분매각에 나서야 한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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