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올 1분기 가계 소득에 대한 소비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이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노후에 대한 불안감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과,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이 늘고 유가하락 영향으로 지출액이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7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000원(2.6%) 늘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계 소득이 늘었는데도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형수 통계청장이 22일 제6차 중앙행정기관 통계책임관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50만2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분기 연속 0%대 증가에서 머무르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음식류와 주거 등 꼭 써야하는 항목에서만 소폭 지출할 뿐, 의류·교육비 등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지갑을 닫았다.
특히 처분 가능한 소득 중 얼마만큼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72.3%로 지난해 같은 기간(74.5%)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1년 이후 5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평균소비성향 감소 원인으로 저유가에 따른 물가하락 영향을 꼽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동전화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활성화 등으로 통신비가 줄고 유가하락에 따른 휘발유 가격 하락 등으로 교통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고령화 등에 따른 노후 준비 부족으로 불안 심리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가 늘어난 소득을 부채를 갚기 위해 사용했을 수도 있고 고령화에 대한 대비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금과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 가계 소비를 줄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비소비지출의 증가율을 보면, 2011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소비지출 증가율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가계지출 전체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1분기 23.2%에서 2015년 1분기 24.2%로 1.0%포인트 커졌다.
특히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직접세인 근로소득세, 재산세 등 경상조세 지출과 공적연금 지출, 사회보험료 지출이 크게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의 지출 증가율은 비소비지출 증가율(1.0%)을 훌쩍 뛰어넘는 7.0%, 4.4%, 5.0%를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오모씨(32)는 "소득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소폭 올랐을 뿐,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떼어가는 각종 세금은 늘고 내야할 돈도 증가해 지갑을 섣불리 열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