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달러 환율이 올해 최저치로 떨어지고 원.엔 환율은 1200원대로 급락하면서 수출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초 한때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서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적잖은 덕을 봤던 수출업계는 환율이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커져가는 낙폭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민감한 업종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자동차 업계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2천억원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환율 하락은 수입 경쟁차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환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차 등은 올해 평균 환율을 1000~1200원 선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그동안 고(高)달러 상황에서 누려왔던 환율 효과의 거품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일본 등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달러화 등락이 장부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또 비용절감 대책을 강화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환율 급락으로 달러로 수입하는 부품, 설비, 원자재 등의 구매비용 하락으로 플러스 효과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장기적으로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적정 규모의 달러 보유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대표적인 수출업종이지만 수년 뒤에 인도될 선박을 수주해야 하는 영업 특성상 환율 변동을 감안해 미리 선물환매도 등의 헤징을 해두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반면 수입업계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업종은 환율 급락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환차손을 기록했던 SK에너지는 환율 하락이 환차손 규모를 줄이고 원유도입비용을 낮춰 매출원가 하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막대한 유류를 달러로 결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원 내리면 각각 200억원, 78억원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도 철광석, 유연탄 등 수입 물량이 수출하는 물량보다 많아 환율 하락에 따라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무역협회 원종현 연구위원은 "수출기업들이 그동안 원화 약세와 엔화,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선방했는데 지금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