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들의 견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외인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사외이사들에 대한 투명한 평가와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27일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사회에 대한 경영자의 영향력이 크고 사외이사 비율만을 규제하는 현 상황에서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개연성은 여러 측면에서 발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CEO와 연고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독립적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100개 기업의 이사회 관련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는데, 이 기간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경우는 9101개 안건 중 33건(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의 인사를 둘러싼 CEO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도 문제로 지목됐다. KDI는 “CEO가 사외이사 인사와 이사회 안건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이를 통해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가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의 사외이사제를 살펴본 결과, 최근 1년 간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가 교체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1.87포인트 높았다.
이밖에 사외이사회가 독립적인 이사들로 구성된다 하더라도 사외이사의 경영감독이 무력화될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KDI는 “CEO가 사외이사 비율이 낮을 때, 사내이사가 민감한 안건들을 상정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사결과,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의 경우 주요 감독안건을 주로 1분기에 집중 처리했는데, 이 기간 사외이사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 ▲사외이사 후보를 복수추천으로 제도화▲사외이사와 CEO 간 학연 및 지연 등 관련 정보 주주총회에 보고 ▲사외이사 임기제한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금지 등을 제시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