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경병증 족부절단까지 유발

환자 인식 떨어져…조기치료 중요

입력 : 2015-06-03 오전 8:37:55
김모(63)씨는 족욕기를 이용하다가 발에 화상을 입었다. 최모씨(55)도 신발 속 돌멩이에 의해 발바닥 찰과상을 입은 것을 뒤늦게 알고 병원을 찾았다. 두사람 모두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당뇨병 환자 중에서 피부 감각이 둔해 사고를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화상을 입거나 궤양이 발생해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원인이다. 
 
신경병증은 당뇨병 때문에 말초 신경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 합병증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 환자는 240만6000여만명에 이른다. 이중 신경병증 환자의 비중은 30~40% 정도로 추정된다. 70만~95만여명이 신경병증을 앓고 있다는 계산이다.
 
신경병증은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 초기에 신경병증 유병률은 6%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당뇨병 진단 10년 후에는 20%, 25년 후에는 50%까지 상승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는 족부 궤양 유병률이 높아 발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사진/뉴시스 
 
신경병증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인식이 상당히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한당뇨학회가 신경병증 환자 13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증 발생 이전에 신경병증으로 진단받은 경우는 12%대 였지만 이중 단지 14%만이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상당수의 환자들은 신경병증을 혈액순환 저하나 단순한 손발 저림 증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질환을 방치했다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신경병증이 무서운 이유는 족부 절단 원인의 50~70% 정도를 차지한다. 
 
신경병증 환자의 50% 정도는 무감각증으로 보인다. 손발에 상처가 생겨도 인지를 하지 못해 결국 족부 궤양로 이어지기도 한다. 족부 궤양은 심하면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 궤양 환자의 14~24%는 하지 절단을 한다. 당뇨병 환자의 족부 궤양 유병률은 비당뇨병성 환자보다 7.8배 높았고, 족부절단은 10.1배로 높았다.
 
신경병증의 증상은 무감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감각증은 신경병증이 상당히 진행됐을 경우다. 반면 초기 환자는 발끝 부위부터 시작하는 통증을 대체로 호소한다. 대체로 발끝이 작열하거나 따끔거리고 욱신거리는 증상이다. 이밖에 '시리다', '전기가 오는 것 같다', '칼로 자르는 듯하다', '쥐어짜는 듯하다',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든다' 등 개인별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신경의 말단부가 먼저 손상되는 탓에 보통 발끝부터 시작해 발과 하지의 상부로 증상이 올라간다. 통증은 밤에 더 심해져 불면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의료진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진단은 감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발등과 발바닥 등 10곳에서 압력을 가해 환자가 느끼는지를 알아보는 모노필라멘트 검사가 대표적이다. 환자가 감각을 느끼는 곳이 8곳 이상이면 정상, 1~7곳에서 느끼게 되면 감각 저하, 한군데도 느끼지 못하면 감각 소실로 정해진다.
 
진동을 통해 감각의 이상 유무를 체크하는 진동감각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털이나 솜을 피부에 접촉하는 위치를 맞추는 촉각 검사, 안전핀을 사용해 통증 여부를 검사하는 통각시험 검사도 있다.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진동감각역치 검사, 온도감각역치 검사, 전류감각역치 검사 등 특수장비가 동원되기도 한다.
 
신경병증 통증의 치료 목표는 최대한 통증을 완화시키고, 신체의 기능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기본적으로 신경병증의 원인이 당뇨병에 있는 만큼 혈당관리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당뇨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식이요법, 운동, 꾸준한 치료 등이 중요하다.
 
혈당 조절과 함께 통증 치료가 병행된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뉜다. 약물 치료에는 삼환계항우울제,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억제제, 아편유사제, 국소도포제 등을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선택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침술, 전기 척수자극, 경피전극신경자극 등을 시도한다.
 
고경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한번 망가진 신경은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다만 초기에 신경병증을 치료하면 환자가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 교수는 신경병증 환자는 발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발로 걷는 일은 피하고, 두꺼운 면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발에 상처가 났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일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반드시 의료진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교수는 "발에 큰 불편이 없다고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조금이라도 발에 이상감각이 발생하면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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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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