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광주, 봉하마을 등을 방문하며 통합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두고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 지방살리기포럼' 초청으로 이뤄진 경북 구미 방문 일정 중 "제가 과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을 많이 했지만 역사라는 것은 공과를 구분해야 한다. 이제 과를 그만 따지고 공은 높이 평가해 국민 통합으로 조금씩 발전해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잘한 것이 지방 분권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는 점"이라고 추켜세우며 '통합'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노 전 대통령 장남 노건호씨의 공개적인 비난을 비롯 추모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뒤 언급을 자제하던 와중에 나온 발언으로 김 대표의 의연한 태도가 부각됐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지난 18일 제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보훈처가 논란 끝에 합창키로 결정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며 정부의 입장에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당시 "제가 민주화 투쟁을 할 때 하루에 10번 넘기 부른 노래인데 가사 그 어디에도 종북 내용은 없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며 제창을 요구하고 있는 광주 민심에 호응했다.
기념식 전날 열린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물세례를 받았던 김 대표는 이후 관계 기관의 방문을 받고 "광주시민의 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며 "여당 대표로서 당연히 가야 할 곳을 간 것이고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넘어 어떤 험악한 일도 당할 각오가 돼있다"며 ‘통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또다시 발휘했다.
이렇듯 ‘당연히 가야 할 곳’을 넘어 ‘환영받지 못 할 곳’에 적극적으로 찾아가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김 대표의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과 연결 짓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가 당내 갈등 수습에 바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누르고 20%대의 지지율로 3주 연속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나타나는 등 객관적인 지표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통화에서 “김 대표의 광폭행보는 다분히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생각하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총선이 끝나면 대권후보로서 급한 마음들이 생길 텐데 그런 생각들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이런 행보를 보이면 너무 과도하다고 비칠 수도 있지만 김 대표는 현직 여당 대표로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황 연출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치권의 전망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올해 65세인데 정치 마감을 준비해야 한다. 70세 넘어서까지 새로 진입하는 정치인은 절대 할 생각이 없다”라며 “제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재보궐선거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정책 아젠다 설정 능력을 재평가 받는다면 당분간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