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좌초됐던 제4이동통신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28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쟁을 촉진할 계획이지만, 재정적·기술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진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24년간 유지해온 요금인가제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요금결정권이 사업자에게 넘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통시장 경쟁촉진 방안’과 ‘기간통신사업 허가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통신시장 경쟁촉진 논의를 위한 새누리당·미래창조과학부 당정협의가 열린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미래부 최양희 장관, 민원기 기조실장, 조규조 통신정책국장. 사진/뉴시스
지난 수년 간 여러 사업자들이 제4이통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KMI(한국모바일인터넷)는 2010년부터 도전했지만 6전6패했고, 지난해 한국자유통신컨소시엄(KFT)으로 출사표를 던졌던 한국자유총연맹은 한 달만에 포기했다. 현재는 KMI, IST, 퀀텀모바일, K컨소시엄, 우리텔레콤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제4이통이 출범하려면 전국망 구축에 최소 2조원 이상 필요하고 이통 3사가 마케팅비로 연간 약 8조원을 쓰는 만큼 재정 능력이 충분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은 낮췄지만 엄격하게 심사해 능력있는 사업자로 판단될 때 허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신규사업자의 초기 진입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LTE-TDD 방식의 2.5GHz, LTE-FDD 방식의 2.6GHz 대역 주파수를 선택해 우선 할당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단계적 네트워크 구축을 허용해 서비스 개시시점까지는 수도권 중심으로 최소 25%의 커버리지를 갖추고, 5년차에 95% 이상 전국망을 구축하도록 했다.
또 의무제공사업자는 사업시작 시점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신규사업자의 망 미구축 지역에 로밍을 제공하고, 상호접속료도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미래부는 제4이통 출범으로 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료 인하뿐 아니라 ICT 산업 발전, 생산유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와 함께 인가제를 폐지하고 전 사업자에게 신고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배적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과 요금인상 가능성 등을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유보신고제’를 도입해 신고 후 15일 내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의 문제 제기가 없을 때 효력이 발생하도록 제한을 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해소된다면 모든 사업자에게 완전신고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인가제 폐지에 대한 최종결정은 보류됐다. 아침 당정협의에서 6월 국회 이후로 결정을 미룬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기본 틀에 대한 공감대는 이뤄졌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바람직한 안을 마련하자고 협의했다”고 말했다.
인가제 폐지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가 갖고 있다고 해석됐던 ‘요금결정권’이 사업자에게 넘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는 이용자 피해 방지와 공정 경쟁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통과하면 자동적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았다”고 강조했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인한 시장지배력 사업자 견제를 위해 경쟁상황평가를 도매시장 중심으로, 정시에서 수시로 확대하고, 법 정비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정의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요금인가제 폐지 및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과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