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9일 투자 및 공동경영을 발표했다. <뉴스토마토> 보도로 처음 알려진 대로 대웅제약은 1046억원을 투자해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30.2%(1550만여주)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선다. 한올바이오파마 김병태 회장 일가는 지분이 11.6%(593만여주)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2012년 296억원을 투자해 7.3%(374만여주)의 지분을 보유한 유한양행은 3대 주주로 밀려난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의 투자 배경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력을 손꼽는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난해 매출액은 808억7966만억원, 영업이익은 8억5191만원에 불과하지만 R&D 비율 매출액 대비 12%대로 높은 편이다. 국내 매출 500억~1000억원 미만과 1000억원 이상 제약사의 평균 R&D 비율은 각각 9%와 10%대다. 현재 개발하는 신약만 바이오의약품, 혁신의약품, 복합제 등 10여개에 달한다. C형간염치료제와 아토피신약 등 글로벌 임상도 3개나 진행하고 있다.
제품 구성이 특화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이 만성질환 약물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반면 한올바이오파마는 항생제, 피부과 질환 약물에 특화돼 있다. 결국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력과 특화된 제품 구성이 양사의 투자와 인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습을 경영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업계 풍토상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영권 대웅제약 인계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매각 결정에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창업주 김병태 회장(78)의 통근 결정이 있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경영에 전격 복귀하며 이번 매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3년 설립됐된 한올바이오파마는 2008년부터 치과출신 오너 2세 김성욱 부회장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스스로를 '벤처인'으로 부르는 김성욱 대표가 실권을 잡은 시점부터 R&D에 전폭적인 투자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회사명도 한올제약에서 한올바이오파마로 바꿨다.
하지만 R&D 성과가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한올바이오파마를 먹거리로 자리잡은 제품은 전무했다. 다양한 연구과제의 선택과 집중이 약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막대한 R&D 비용을 장기간 조달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해외 신약 프로젝트 진행이 더뎌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단기 먹거리인 개량신약과 복합제도 임상이 지연되면서 경쟁사보다 발매가 늦어지기 일쑤였다
R&D에 편중되자 상대적으로 영업은 위축됐다. 매출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말에는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정도로 사업이 악화됐다. 연구개발 전문 제약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샴푸·화장품, 의료용 압박 스타킹 등을 연이어 도입하면서 비의약품 사업으로 매출 회복에 매달리기 급급했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김병태 회장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경영권을 다시 잡았다. 김성욱 부회장은 R&D 총괄로 한정됐고, 의사결정 라인에서 배제됐다. 이때부터 대웅제약과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여진다. 대웅제약은 오래전부터 한올바이오파마에 경영권 인수 의사를 표명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7일에는 대웅제약이 한올바이오파마 실사를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선 박승국 사장이 직접 실사 브리핑을 주도했다. 대웅제약은 실사를 마치고 그날 경영권 인수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9일 4시경에 양사는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싸인했다.
업계에선 대웅제약과의 공동경영으로 한올바이오파마가 연구개발과 회사 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의 R&D 시너지 제고를 위해 파이프라인, 인력, 기술 공유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