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없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이용하면 소매업체를 통하지 않고도 송금할 수 있어 수수료가 적게 들기 때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만원이든 천만원이든 수수료는 0.0001비트코인(40원)으로 동일하다. 웨스트유니온이나 머니그람 같은 제3의 송금업체를 거치지 않으니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는 것이다.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인 마이너(miner)들이 누구의 중계도 거치지 않고 개인간(P2P)에 거래한다.
중계자가 없는데, 뭘 믿고 송금하겠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blockchain)을 거쳐 한 번 사용한 비트코인은 또 다시 사용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거래 시 모든 금융거래를 기록하는 시스템으로 시중 금융기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블록체인은 빠르고 경제적이라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골드만삭스나 IBM도 비트코인 거래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 송금에 관심을 갖는 또 한가지 이유는 시장의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송금액은 5820억달러에 육박했다. 국가별로는 인도와 중국에 각각 710억달러, 640억달러의 자금이 송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송금 시장 규모는 전체 거래의 5%에 지나지 않지만, 휴대폰 이용자가 늘어 디지털 송금 시장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 비트코인을 규제해오던 미국이 최근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비트코인 중개·감독 서비스에 대한 면허를 발급해 비트코인 시장의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비트코인 환전소인 잇비트가 신탁회사 등록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이다.
비트코인 송금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사용하기 편리한 점도 있다. 먼저 비트코인 보유자가 비트코인을 송금하는 경우다.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은 그걸 가맹점에서 돈처럼 사용하면 된다. 받은 비트코인을 화폐와 같은 불태환 통화(fiat currency)로 바꾸어 사용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송금 시스템을 통해 달러와 같은 통화를 송금하면 받는 이가 속한 국가의 통화로 바꿔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다만 비트코인 송금이 정착되려면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먼저 각국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들은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고 본다. 사인(私人)간의 거래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