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지는 '불황형 흑자'…수출부진 우려

4월 경상수지 81.4억달러 흑자 사상최장 38개월째 이어가

입력 : 2015-06-02 오후 1:58:04
지난 4월 경상수지가 81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장 기간인 38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박승환 금융통계부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15년 4월 국제수지(잠정)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상수지는 81억4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흑자규모는 전월(104억3000만달러)보다는 감소했으나 올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15억9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경상수지는 지난 2012년 3월부터 38개월째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1986년 6월부터 1989년 7월까지 38개월 동안 이어졌던 최장 흑자기간과 같다.
 
한은은 올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인 9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월에도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상품수지 흑자가 3월 112억5000만달러에서 125억6000만달러로 커졌다. 이는 월간 단위로 사상 최대 규모다.
 
문제는 수출보다 수입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지속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수출은 503억 8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2% 줄었지만 수입은 378억 2000만달러로 17.9%나 떨어졌다.
 
이처럼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로 달러가 쌓이면서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돈풀기 전쟁을 지속하고 있어 우리나라만 원화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환율·무역비중·물가까지 따져 계산한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3년 전보다 20.2% 올랐다.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1위다.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 6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년 동월비 수출액 감소 폭은 1월 0.9%, 2월 3.3%, 3월 4.3%, 4월 8.0%, 5월 10.9%로 5개월 연속 확대됐다.
 
박승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국제유가 하락과 생산시설 설비보수에 따른 석유제품 생산 감소 등이 상품수출 감소세에 영향을 줬다"며 "중국의 가공무역 확대 등으로 성장 패턴이 변하는 등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성장 전략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뀌고,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과 수출경쟁 심화 등이 우리나라 수출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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