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파문' 박태환, 재기할 수 있을까

다시 50m 레인 훈련 시작..현행 규정은 올림픽 출전 불가

입력 : 2015-06-02 오후 4:19:17
◇1일 오후 서울 올림픽수영장에서 50m 레인 훈련을 재개한 박태환. ⓒNews1
 
'마린보이' 박태환(26)이 '약물파동'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일 서울 올림픽수영장서 50m 레인 훈련을 재개했다. 모처럼 긴 레인 훈련 후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 그는 올림픽 재도전 희망을 조심스레 밝혔다. 본인 고의성 여부와 무관히 이제 위신이 땅에 떨어진 박태환에게 재도전 그리고 명예회복의 기회가 생길 것인가 세간의 관심이 적잖다.
 
박태환은 지난 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직전 약물검사를 통해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나와 3월23일 국제수영연맹(FINA)의 18개월 선수자격 정지의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7월29일 서울의 한 병원에 들러 네비도(NEBIDO) 주사를 맞은 것이 원인이 됐다. 박태환은 이에 병원장을 지난 1월 검찰 기소했고 결국 병원장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후 FINA 청문회 자리에서 결백을 주장했지만 징계는 불가피했다. 끝내 선수자격 정지 징계와 함께 아시안게임 당시 획득한 메달(은1·동5) 박탈이 이어졌다.
 
메달의 박탈은 박태환에 그치지 않았다. 단체전 경기를 함께 한 다른 선수의 메달도 박탈됐다. 박선관, 장규철, 최규웅(이상 400m 혼계영), 남기웅, 양준혁(이상 400m·800m 계영), 김성겸(400m 계영), 정정수(800m 계영) 등이 받은 아시안게임 메달도 모두 박탈됐다. 단체전 참가 선수 한 명의 약물 문제가,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징계를 받은 그는 이후 훈련용 수영장을 확보하지 못해 25m 길이 레인의 일반형 수영장에서 훈련을 해왔다. 물에서의 '감(感)'을 이어가는 것은 가능했을지 몰라도 대회출전을 위한 면에서는 부족했다. 
 
이에 지난달 27일 국민체육진흥공단 올림픽수영장에서 박태환에게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옛 스승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이 조련하는 '노민상 꿈나무교실 엘리트 선수반'에 매월 30만원을 내고 정식 등록해 끝 레인에서 두 시간씩 매일 훈련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 공단은 해당 선수반 회원 학부모 전원의 사전 동의를 얻었다.
 
◇1일 오후 서울 올림픽수영장에서 50m 레인 훈련을 재개하기 전 수영장을 이용하기 위해 '노민상 꿈나무교실 엘리트 선수반' 등록 후 회원증을 받은 박태환. ⓒNews1
 
박태환은 훈련 후 현장 취재진을 향해 "50m 수영장이 좋은 것 같다"면서 "훈련을 안 하다가 하려니 힘든 감은 있는데, 훈련은 힘이 들어야 제맛 아니냐"며 웃은 후 "아직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왔을 때를 위해 준비 중이다.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지면 대한민국에 값진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건넸다.
  
박태환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험난하다. FINA의 징계는 그의 소변 샘플 채취일(2014년 9월3일) 시작돼 내년 3월2일 마친다. 내년 8월5일 개막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원천 봉쇄된 것은 아니라,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또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일정 조정은 전혀 불가능한 조치는 아니다.
 
다만 지난해 7월 도입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6항에는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기에 기존 규정으론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체육회의 규정 변경을 먼저 마쳐야 한다.
 
지난 2월 국내 체육계는 본지 보도(2월11일 ''박태환 이중처벌 규정' IOC는 2011년 폐지..국내는 유지?') 등으로 박태환의 이중처벌 및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수의 선발과 관련된 논란이 일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2011년 10월 '도핑으로 6개월 이상의 자격정지를 받으면 기간 만료 이후 다음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내용의 이른바 '오사카룰'이 담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45조를 이중처벌이라며 무효화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IOC는 CAS의 확정 판결을 받은 후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이중처벌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체육회 규정은 올림픽 헌장 45조 무효화 전에 이를 준용해 만들어졌고, CAS의 판결 후에도 체육회는 기존 규정을 변경하지 않았다. 체육회도 해당 규정을 쉽게 바꾸기는 힘든 면이 있다. 현재의 규정을 박태환을 위해 바꾼다는 자체가 특혜라며 규정의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잖기 때문이다. 박태환도 이같은 현재 상황을 익히 알기에 "아직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없다."는 말도 직접 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변경될 여지는 있다. 만약 박태환이 출전 가능한 방향으로 규정이 바뀔 경우 박태환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 더 있다. 과연 박태환이 그 시점까지 과거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유지할 것이냐는 점이다. 다양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1일 오후 서울 올림픽수영장에서 50m 레인 훈련을 재개한 박태환. ⓒNews1
 
노민상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정도로 빼어난 지도자다. 박태환은 노 감독에게 주당 6회씩 체력·기술 지도를 차근차근 받는다. 자체 훈련을 포함해 수영장 이용 시간은 평일 오후 6~8시와 토요일 주간의 2시간이다.
 
또한 이와 별개로 웨이트 트레이닝은 모교인 단국대 학생 시절 인연이 있는 김기용 트레이너 도움을 받는다. 김 트레이너는 현재 전담팀이 없는 박태환에게 과거 인연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렇지만 50m 레인에서 지도자 코칭을 받으면서 훈련할 기간이 이제 10개월(2016년 3월 선발전 하는 전제) 뿐이고, 지난 6개월의 공백 기간이 있었다. '제도가 박태환에 유리하게 달라져도 국가대표 선발은 정말 알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논거를 내세운다.
 
하지만 박태환은 힘찬 모습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기회를 위해 다시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 박태환. 박태환에게 어떻게든 재기의 기회는 찾아올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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