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최대 분양…공급과잉 폭탄 될라

상반기 23만가구, 조사 후 최초 연40만가구 공급

입력 : 2015-06-03 오후 3:54:17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시장 부양책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전국에서는 15년 내 최대 분양물량이 쏟아진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초중반보다 많은 아파트가 분양된다.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6월 전국 분양물량은 23만6442가구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물량이 공급된다. 부동산 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2006년 상반기 11만1266가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분양이 몰리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공급이 집중됐다. 하반기에는 16만1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물량이 예정대로 공급될 경우 조사 이래 최초로 40만가구 이상이 공급되게 된다.
 
A건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도권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열풍이 불고 있지만 언제까지 호조세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며 "올 상반기에 물량이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보다는 올해 분양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시장에 풀렸지만 넘치는 청약수요로, 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전국 청약경쟁률은 7.8대1을 기록했다. 광주가 평균 경쟁률 58.5대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청약열기를 보인 가운데 부산 47.2대1, 대구 37.1대1, 울산 32.1대1 순으로 성적이 좋았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낮은 10대1 정도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남과 충북만이 각각 0.7대1, 0.5대1로 1대1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청약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 15년 내 최대 분양물량을 집중시켰다.(사진/케이스퀘어피알)
 
실제로 지난 4월 270가구를 모집한 광주 북구 용봉동 아델리움 인 비엔날레는 1순위에만 3만1426명이 몰리며 평균 116대1로 1순위 마감됐다. 또 지난 달 분양한 대구 동구 반도유보라는 평균 273.8대1로 올해 가장 높은 청약률을 기록했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분양권 거래시장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4월 분양권 거래량은 3만5000여가구로, 4월 기준 2006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 2만5000여가구, 3월 3만3000여가구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그렸다.
 
장기전세난과 신도시 지정 중단, DTI등 금융규제 완화, 역대 최저 기준금리, 청약1순위 기준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부양책이 이어지며 신규 분양분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갑자기 쏟아진 물량으로 향후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 불안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박근혜 정부 3년동안 전국에서 분양될 예정물량은 102만1628가구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공급된 115만200가구에 육박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부동산시장이 최고 호황기를 누렸던 노무현 정부 5년간 분양된 149만3576가구도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고 아파트값 상승없이 잠재 재고아파트인 신규 분양분만 급증하고 있어 주택시장은 어느때보다 불안해 보인다. 노무현 정부 동안 전국 재고 아파트값은 평균 34.0%(서울 52.9%) 올랐고, 수도권 침체가 시작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지방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16.4% 올랐다. 박근혜 정부 2년5개월 동안 아파트값은 4.7% 상승하는데 그치고 있다. 2000년 1095만가구였던 재고 주택수는 2014년 1593만가구로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이 일시에 몰린 만큼 2~3년 후 입주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청약률에는 투기세력 등 허수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만큼 동요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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