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지방을 떠돌던 부동산 자금이 수도권으로 돌아오고 있다. 올 3월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5년 만에 지방을 앞질렀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부양과 전세난 심화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하면서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295조8322억원으로 전월대비 0.88% 증가했다. 지방은 174조395억원으로 0.84% 늘었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컸던 것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59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이 1.30% 증가, 가장 큰 대출 증가세를 보였다. 경기가 0.58%, 인천은 0.17% 늘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소비구조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며 지방에 비해 낮은 대출 증가율 보여왔다. 2006년 호황기를 전후로 집중 공급된 고가·중대형 아파트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주택거래가 줄고 가격도 하락했다.
2009년 전년대비 10.43% 증가했으나, 금융위기 영향이 부동산으로 확산된 2010년에는6.27%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이후 2011년 5.25%로 낮아졌고, 수도권 부동산시장 침체가 극에 달했던 2012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0.30% 감소하기까지 했다. 2013년에도 0.11%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지방은 수도권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9년 4.90%로 수도권의 증가율의 절반에 그쳤던 대출은 2010년 9.43% 늘며 수도권 증가율을 앞질렀다. 2011년 14.71%에 이어 2012년~2014년 연평균 11.60%의 높은 대출 증가율을 보였다.
2010년은 지방 부동산시장 호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면 수도권 침체는 가속이 붙던 시점이다. 지방 5대광역시의 경우 2000년대 초반 공급 감소 누적에 따라 전세난이 심화, 주택매수수요가 늘며 가격이 상승했다. 2010년~2013년 지방5대광역시 아파트값은 39.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7.92% 하락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던 상황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2014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전년대비 7.93%나 늘었다. 전세난, 저금리,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 정부 부양책에 따라 거래가 급증, 대출도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는 46만여건의 주택이 매매되며 2006년 69만건, 2007년 48만건에 이어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거래가 늘며 지난해 아파트값도 1.85% 상승, 2008년 2.93% 이후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올 1~5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1.97% 상승하며 지난해 연간 상승분을 뛰어넘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위축됐던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가 지난해부터 풀리며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방의 장기호황에 따른 상승여력 저하와 수도권 전세난 심화, 회복 본격화 등으로 수도권 대출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5년만에 지방보다 높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보였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