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2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지난 2월 2.50%에서 2.00%로 내려간 뒤 3개월 연속 2.00%에서 묶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실물경제나 금융시장 상황을 볼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만한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급락세가 주춤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다, 이미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 있어 금리를 내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실물경제가 뚜렷하게 살아날 조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금리 동결 전망 이유는
9일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에도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지표들은 국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광공업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6% 감소해 2월의 -10.0%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월 대비로는 4.8% 늘어나 3개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4월에도 이런 추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도 14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다.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일 1,247.00원으로 작년 10월15일 1,239.50원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3월 초 1,57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두 달 만에 300원 이상 떨어져 급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코스피지수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1,400선을 돌파, 연중 최고점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이미 실질금리도 마이너스로 접어들어 추가 금리 인하 여력도 크지 않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은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어 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섣불리 긴축기조로 전환하면 경기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직까지 유동성이 실물경제 전반에 골고루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부와 한은의 판단이다.
정부가 최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단기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어 시중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유동성 환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로, 3월의 3.9%에 비해 둔화하는 등 통화량 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과잉 유동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하 또는 인상 카드를 꺼낼 모멘텀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 통화정책 경기 살리기에 초점
이에 따라 한은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금리 동결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이성태 총재가 금통위 직후 어떤 경기진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이 총재는 "최근 1~2개월 사이 경기하강속도는 상당히 완만해졌다"면서도 "국내경제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도 성급한 경기낙관론을 경계하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금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같은 심리지표는 많이 개선됐지만, 실물경기 쪽에서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변경하려면 실물경기가 호전되는 기미가 보여야 할 것"이라며 "오는 3분기까지는 경기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가 호전되면 수요압력이 증가할 수 있지만 환율 하락이 물가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은 물가 걱정보다는 경기에 무게중심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