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과 조선 경기 침체로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조선업계가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조선사 간 경쟁요소는 더 이상 선가가 아니라 ‘기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기술혁신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선박의 연비절감 기술이 조선소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7일 각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3사는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지난해 1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렸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수주량과 수주액이 40% 넘게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비 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의도다.
삼성중공업(010140)은 1분기에 314억54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이는 전년 동기 281억8300만원에 비해 11.6%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지난해 0.8%에서 1.2%로 0.4%포인트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와 대전 대덕 그리고 경기도 판교 등 세 곳에 중앙연구소를 분산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수원에는 산업전자연구소를 두고 있다. 연구 인력은 R&D 및 설계인력을 포함 3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판교 R&D센터에는 기존 거제조선소와 서울 서초사옥에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분야 설계 및 R&D 인력이 합류하면서 약 1000명의 연구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판교 R&D센터는 화공공정연구실, 기계공정연구실 등 6개의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주로 해양플랜트 톱사이드(원유 및 가스 처리설비) 공정과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덕연구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인수조에서 선박 운항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올해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1분기에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221억6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95억5600만원 대비 13.3%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전년과 동일한 0.5%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중앙연구원 산하에 선박·해양, 에너지시스템, 산업기술연구소, 정보기술, 기전연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3000여명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총 6000여억원을 투자해 R&D센터를 건립한다. 오는 2017년 입주가 시작되면 거제 옥포조선소와 서울 사옥 등에 분산 배치된 선박 관련 연구개발 시설과 인력을 이곳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소속 연구원들이 선박 설계도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009540)은 3사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연구개발비가 감소했다. 올 1분기 588억49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해 지난해 1분기 668억2900만원 대비 11.9% 줄었다.
절대금액은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5%로 지난해 1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퇴직급여를 제외한 전체 판매관리비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 종합연구소와 중앙기술원, 용인에 기계전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4500여명 규모의 설계 및 연구인력 풀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상암동 DMC내 디지털큐브 빌딩으로 해양엔지니어링센터와 플랜트엔지니어링센터를 이전했다. 중장기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설계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수도권 입지가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로써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플랜트 인력 약 500명이 한 곳에 모이게 됐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