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투자업계 성장사(史)의 쌍두마차를 이끄는 빅2 증권사.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이다. 두 회사는 같은 길에서 나란히 금투업계를 대표하며 라이벌 경쟁에 앞서는 데 집중한다.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을 쥐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지향하는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 1위사다. 시가총액과 수익성에 우위에 선 대우증권은 ‘독보적 프라이빗뱅커(PB) 하우스’임을 강조한다. 다퉈가며 쌓아온 두 회사의 강력한 경쟁 시너지는 국내 금투업계의 새 성장을 촉발시키는 매개체가 됐다. 또 한 번 진화를 시작한 두 회사의 경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초대형사 NH투자증권 "질로 승부하겠다"
NH투자증권은 총 자산규모 40조8267억원의 국내 증권업계 1위 증권사다. 작년 연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은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NH농협손보, NH-CA자산운용 등을 관계사로 둔 명실상부 국내 대표 금융기관이다.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은 1969년 한보증권으로 출발한 이후 LG투자증권을 거쳐 2005년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의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으로 이어졌다. 우리투자증권은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자산관리영업이라는 새 영업방식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 부문 기여도는 덤으로 갖는다. 1982년 고려투자금융으로 출발한 NH농협증권은 세종증권을 거쳐 2006년 1월 농협과 한 가족이 됐다.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의 중심 축으로 든든한 지원은 물론 자체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금융투자업계 내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는 5500개가 넘는 점포망과 200조원을 웃도는 자산규모를 갖췄다.
성과는 이를 반영한다. 지난 1분기 NH투자증권은 순영업수익 31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0% 넘게 번 것으로 IB 수익과 운용손익 증가에 기인했다. 합병으로 IB 업무영역이 확장되고 대한항공 유상증자와 씨티센터타워 매각과 같은 랜드마크 딜을 포함, 다수의 대형 딜을 확정지으면서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평가익 영향도 크다.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집중에 따른 만기이연 수익이 인식됐고 채권운용 규모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전이익(1132억원)과 순이익(84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5%, 660% 증가했다.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과 영업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이익 개선 전망도 밝다. 지난 5월 한 달 NH투자자증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4000억원이다. 2분기에는 일평균거래대금 10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3.7% 증가했다. 5% 초반에 머물렀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을 6%대로 끌어올리면서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거래대금 증대 국면에서 수혜가 기대된다.
고정비용 감소효과도 높은 편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당시 모두 총 임직원수 대비 14%, 21% 수준의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리테일망 축소를 통해 연간 약 20억원 정도의 고정비용을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커진 자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풀어야 할 과제다. 1분기 기준 NH투자증권의 ROE는 7.7%로 대우증권(10.6%)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합병 이후 고정성 판매관리비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추가적인 비용절감이 진전을 보여야 합병의 실익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강점이 IB 부문과 파생결합증권에서의 지배력인 만큼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성장성 저해 요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통합 NH투자증권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건 만큼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NH투자증권은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통합 증권사의 새 비전으로 ‘최고를 넘어,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대표 금융투자회사, NH투자증권’이라는 뜻의 ‘Beyond the First, New History, We are NHIS’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래가 항상 장밋빛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통합 NH투자증권만의 강점인 IB 부문 지배력이 수익성에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합병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로 지역농협 등과의 시너지 효과는 하반기는 돼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내놓은 합병 후 순영업수익 구성 변화와 1분기 재무실적을 보면 판관비는 195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378억원)보다 600억원 가량 많았다. 합병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성과급 등 인건비 외에 물건비 측면에 더 반영된 영향이다. 세부적인 전산·회계 통합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세부 수치가 제시되지 않은 탓에 트레이딩 부문 실적 분류와 늘어난 판관비 파악이 어렵다.
NH투자증권의 자본이 업계 최고 수준인 4조4213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동일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이익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NH투자증권 측이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우선 과제를 수익 극대화에 집중한 배경이기도 하다.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편한 사업구조도 주목된다. 기존의 홀세일·FICC·에쿼티 사업부 등에서 개별 운영되던 영업조직을 통합해 IC(기관고객) 사업부를 업계 최초로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실제 기관고객을 총괄 담당하는 영업조직은 골드만삭스 등 선진 투자은행(IB) 방식이다.
NH투자증권은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대표 증권사’로 다시 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룹의 해외진출 동반자가 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해외사업 발굴과 기획, 사모펀드 등 종합 금융솔루션을 제공해 범농협의 금융-경제 융합형 해외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NH은행과 NH생보, 농협상호금융 등 3대 계정의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137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농협 자산운용 경쟁력과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KDB대우증권, 내가 바로 1등 증권사
KDB대우증권의 역사는 지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인수한 게 모태다. 3년 뒤인 1983년 삼보증권을 흡수합병하며 대우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업계 내 선두역할을 해왔다. 이후 1990년대 대우사태로 최대주주가 채권단으로 바뀌었고 그 일원이던 산업은행이 2000년 5월 최대 주주에 오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KDB대우증권은 주식위탁판매(브로커리지) 부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증권업계 내 선두역할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업계 순위를 매기는 기준인 시가총액과 수익성에 있어서 KDB대우증권은 단연 최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의 시가총액(지난 3일 기준)은 4조7044억원으로 업계 내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NH투자증권(3조6442억원)에 1조원 가량 우위에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타 증권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1분기에는 증권업계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KDB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42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기대치(1123억원)를 훌쩍 뛰어넘었고 당기순이익도 111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업계 최고 기록이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봐도 순영업수익 기준으로 주식위탁매매 부문은 78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금융상품관련수익은 21% 늘어난 288억원, 투자은행(IB) 부문은 8.4% 성장한 128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고루 증가했다. KDB대우증권의 분기 영업이익이 14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분기(1542억원) 이후 5년여 만이다.
하지만 KDB대우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품으며 급부상한 NH투자증권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증권업계 선두자리도 안심할 수 없는 위치에 놓였다. 업계 순위를 매기는 또 다른 기준인 총자산(자산총계)와 자기자본(자본총계)에 있어서 KDB대우증권은 NH투자증권에 밀려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KDB대우증권의 총자산은 34조2349억2800만원, 자기자본은 4조1979억900만원이다. 이는 총자산 40조8267억원, 자기자본 4조4213억원인 NH투자증권에 밀린 2위 수준이다. KDB대우증권은 1분기 외형적인 면에서도 NH투자증권에 뒤쳐졌다. 실제로 KDB대우증권의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1조4964억원으로 1조9900억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 대비 5000억원 가량 적다.
KDB대우증권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고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프라이빗뱅커(PB)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독보적 PB 하우스 추진단’을 설치해 상품·서비스 개발, 콘텐츠 공급과 관련된 사업부문 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4월에는 ‘PB 사관학교’를 오픈, 업계 최초로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8개월 간의 고강도 PB교육을 실시해 1% 저금리시대의 머니무브 주역을 성장시키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개인연금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연금 시장 공략의 경우 2014년말 4107계좌에서 2015년 3월말 기준 1만7870계좌로 약 430% 증가했다.
매각 이슈는 지상과제다. 앞서 1월 금융위원회가 “KDB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 올해 안에 매각공고를 낼 것”이라고 예고한 뒤 부각된 모습이다.
그간 잠잠하던 매각 이슈는 지난달 2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우증권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하는 방안을 KDB산업은행과 논의하고 있다. 정확한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매각 자체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KDB산업은행은 KDB대우증권 지분 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KDB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이 완전히 마무리된 뒤 KDB대우증권 매각 시작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 돼야 KDB대우증권 매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며 “시장여건 등을 고려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단 매각과 관련된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당국과 KDB대우증권을 매각해야 된다는 데는 협의를 마쳤지만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패키지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매각에 있어서 패키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B대우증권 매각에 있어 문제는 가격이다. 최근 연이어 호실적을 달성한 KDB대우증권의 주가는 올해 들어 증시 활황 속에 연초 9000원대에서 지난 5일 1만4000원대로 진입했다. 이를 고려한 최대주주 KDB산업은행의 지분가치는 약 2조2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KDB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격 부담에 현재 시장에서는 KDB대우증권의 유력 인수자로 지주사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증권사를 보유한 신한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KB금융을 조금 더 유력한 인수자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조달 가능 자본력은 이중레버리지 비율과 부채비율을 감안할 때 3조5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가 연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경우를 가정하면 조달 가능 자본력은 2조8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