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제도 개선후 달라지는 실적 인정범위.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의 기술금융 실태조사 결과 1년여간의 기술금융은 실적 부풀리기 경쟁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양적'성장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을 해왔지만 결국 자체 실태조사 결과로 그간의 지적을 인정한 꼴이 됐다.
금융위는 지난 4월13일부터 5월15일까지 실시한 '기술금융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고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던 사안으로 급증하는 기술금융 실적에 대해 내실을 들여다 보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술신용대출이 양적확대에만 치중해 기술 연관성이 미미한 대형 기업 등에 대한 대출만 주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기업과 우수 기술기업에 대한 지원은 각각 24.2%, 13.1%에 그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은행 현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내밀한 평가보다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존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포장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혁신성평가에서 기술금융에 대한 배점이 높다보니 거짓 기술금융 실적을 쌓는데 치중했던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나 은행권이나 최초 발표했던 실적을 채워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20조원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간 운영행태는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임 금융위원장의 치적의 민낯을 들추는 데 (당국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면서도 "향후에 터질 문제들에 대해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시기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작년 7월 시작 당시는 기술금융에 회의적인 은행들이 참여를 꺼려하면서 실적이 지지부진했지만, 금융당국이 ‘은행 혁신성 평가’를 통해 은행별 실적을 공개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기술신용대출 실적은 급격히 늘었다.
은행혁신성 평가는 기술금융에 40점(100점 만점)을 배정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대출을 해줬는지를 실적으로 계산하는 양적 방식으로 은행들의 순위를 매겼다.
늘어나는 실적에 당국과 은행권 모두 분위기는 고무됐지만 숫자만 증가하는 기술금융에 대해 의구심은 남아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기술평가 때 양적평가 비중을 40%에서 30%로 축소하는 반면 정성평가 비중을 25%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은행과 TCB 상호간의 신뢰도 낮았다. 기술신용평가서 내 오류 및 평가가 일관성이 부족했던 탓이다. 예를 들어 A기업에 대한 평가의견은 '시장성장률 우수'라고 돼있었지만 실제 평가등급은 그보다 낮은 C등급을 받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방안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금융 실적을 옭아맸던 은행 혁신성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변경안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개선안에는 내년부터 기술금융혁신평가(TECH)를 혁신성평가와 분리해 실시하겠다는 방침만 담겨져 있다.
금융당국은 혁신성평가제를 순위제에서 등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