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0.25% 인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1.5%로 내려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출부진과 메르스 사태 영향 등으로 성장 전망 경로에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현재 서비스업에서 소비위축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메르스 진정상황을 지켜보고 가계부채와 자본의 흐름 및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금리인하 결정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우려가 커졌다. 부작용은 없을까.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시경제쪽 하방 리스크 심화 가능성에 먼저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금리 정책은 경기 대응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 노력이 중요하다. 거시적인 통화·재정정책도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중요하고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해 각별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미시적인 대책이나 다른 거시건전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리 인하가 수출 감소, 원화 강세 등의 상황 해소에 도움이 될까.
▲금리를 낮추면 수출에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했던 배경에는 환율문제도 있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기 지연되고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금리인하가)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가치도 환율에 미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미리 예단하기 힘들다.
-금리 인하를 발표하자 마자 채권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을 앞두고 마지막 금리 인하로 받아들인 증거로 본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더라도 따로 올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내외 경제여건에 따라 추가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결정할 여력이 있나.
▲채권시장 금리는 사전에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자금유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금리정책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앞으로 상황에 달려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가 따라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우리의 기초경제 여건이 괜찮고 외환부문의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여타 신훙국과 차별화되는 여건이 아니겠느냐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다. 앞으로 금리정책 운용에서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도 보고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변수의 움직임도 면밀히 지켜보겠다.
-메르스가 한국 경제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메르스로 인한 피해를 어느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어느 분야가 가장 크게 타격을 입었다고 보나.
▲메르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메르스가 앞으로 어느 정도로 지속될지 확산 정도와 기간에 따라 달라져 여기서 답변을 드릴 수는 없다. 다만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겠다. 부문별로는 소비, 산업별로는 서비스업이 가장 타격을 받았따고 본다. 한은은 지난주부터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주로 서비스업에서 소비 위축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로다 일본은행(BOJ) 총재가 최근 엔저가 추가로 진행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우리나라 수출에는 좋은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나.
▲구로다 총재의 발언이 있고 나서 엔화 환율에 일정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줄 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엔화의 기조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스탠스 변화인지 좀 더 파악해보고 말하겠다.
-미국 금리인상 시기 몇달 안남았다. 자금유출 가능성 높아졌다고 말했는데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 자본유출 촉진하는 정책 펼치는게 맞다고 보나.
▲신흥국의 입장에서 미 금리인상은 자금 유출을 좀 높이는 요인 임에는 틀림없다. 신흥국 전체로 보면 그렇지만 국가별로는 다를 것이다. 한국이 지난 2013년 긴축 발작(테이퍼링 텐트럼) 때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거세경제 여건이나 외환건전성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 요인이 있다고 본다. 자본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고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
-7월 경제성장률과 물가를 하향조정한다고 봐도 되나.
▲수출이 생각보다 더 부진한 면이 있다. 그간 회복세를 이끌어왔던 소비는 지속기간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본다. 가장 큰 변수는 메르스이므로 상황을 보고 그 정도를 다음달에 발표하겠다. 4월 전망 숫자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달까지만 해도 수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이달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5월 수출이 부진하지만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경기 회복 지연, 중국 성장 둔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우리 문제로만 보면 다른 해결책, 잘못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우리 수출감소폭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괜찮기 때문에 수출 부진을 상쇄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짧은 시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분명해졌다. 최근 2주간 모니터를 통해 이대로 가다가는 소비가 크게 꺾이지 않을가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방리스크가 확인된 마당에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빨리 움직이자 생각해서 결정했다.
-가계부채 증가, 메르스 확산 중 소비위축에 미친 영향이 더 큰 것은 뭔가.
▲가계부채는 오랫동안 쌓여진 문제지만 메르스는 최근 불거진 문제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단기적 측면에서 메르스에 따른 소비 위축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선제적 대응인가
▲메르스만 가지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경제 흐름이 수출은 부진하고 내수회복은 긍정적인 것으로 봤었다. 수출이 생각보다 부진하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괜찮아 전체적으로 성장경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메르스 변수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불확실하지만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소비 자제가 이뤄지고 있어 장기화되거나 더 심화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방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금리로 대응하는 것이 소비위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다라는 생각을 해서 이런 판단을 내렸다.
-금융위 위원수를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된 것에 대한 입장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국가경제를 위해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을 하는 관행과 믿음을 넣어주는 게 해결책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언론 등이 위원들에게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총량 규제를 신경쓸 때가 됐다.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총량으로 봤을 때 부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서 방안을 모색해나가도록 하겠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