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보다는 최근 메르스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는 내수 부진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11일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5개월 만에 한차례 0.25% 포인트 인하한 후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또 내렸다.
기준금리 연1.5%는 사상 최저 수치로 금융위기 당시의 저점이었던 2009년 2월의 연 2.0%보다 0.5%포인트나 낮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엔화 약세 속 수출부진에 메르스 문제까지 겹치면서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스라는 돌발변수가 커지면서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은은 수출부진과 메르스사태 영향 등으로 성장 전망 경로에 하방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판단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메르스사태 추이와 그 파급영향이 아직 불확실하긴 하지만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여파에 해외 관광객 입국 취소가 이어지고 있고,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받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의 흐름이 수출은 부진하지만 내수회복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봤는데 메르스로 경기회복세를 이끌던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과하다 싶을 정도의 소비자제가 일어나고 있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함으로써 심리악화와 소비위축을 완화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금리인하 외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통해 메르스로 경기타격을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추가 지원을 할 수 있음도 열어뒀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우려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매달 사상 최고치로 가계빚이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인하로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에 따른 초저금리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며 "미시적인 대책이든 총량관리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달 예정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1%로 낮춘 바 있어 2%대 전망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인하결정은 1명의 금통위원이 '금리동결'을 주장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