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관 공동출자 형태의 장기임대주택인 '사회주택'을 처음 선보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되지만 임대료가 높은데다, 사업시행자에게도 수익을 보장할 만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가리봉뉴타운해제구역 등 11곳 263가구를 시작으로 매년 280가구 이상의 사회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회주택은 공공임대도, 민간임대도 아닌 제3의 주택 유형이다. 주택 공급 사업을 하고 싶은 주거 관련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이 희망하는 민간 토지를 시가 매입한 뒤 사업시행자에게 최장 40년 까지 토지를 임대해 준다.
이후 사업시행자는 자체 재원을 투입해 건물 신축 또는 리모델링 후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연 2%의 금리로 사회투자기금이나 준공공임대주택 융자를 지원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시 재정을 100% 투입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민간 자본을 도입함으로써 예산을 절감하고, 사업시행자는 토지 구매 등 사업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도입됐다.
공급 유형은 ▲임대주택만 있는 일반주택형 ▲임대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 등 주민복리시설을 갖춘 단지형 ▲임대주택에 카페나 제과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더한 복합주택형 등 3가지다.
공급 대상은 소득 6분위 이하 계층(도시근로자 소득 100% 이하)으로 입주자들은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를 내고 최장 20년 간 거주할 수 있다. 시는 오는 19일 사업설명회를 갖고 다음달 17일부터 18일까지 사업시행기관을 모집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민간에 토지를 빌려주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짓는 형태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진은 시범사업 대상지인 가리봉뉴타운해제구역에 공급되는 복합주택형 사회주택. 사진/서울시
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시가 새로 도입하는 민관 공동출자형 사회주택은 사상 최악의 주거난을 겪는 청년층에게 새로운 주거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와 함께 사회주택 모델을 다양하게 발굴해 직장 초년생, 신혼부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 등 청년들에게 주거 디딤돌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사회주택 공급 대상인 '사회경제적 약자'는 소득 4분위(도시근로자 소득 60% 이하)와 장애인, 고령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청년 1인 가구 등으로 명시돼 있다. 때문에 조례 제정 당시 입주 자격에 비해 완화된 기준이 초기임대료 상승 요인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젊은 임대주택을 표방하는 행복주택의 경우 산업단지 근로자와 신혼부부를 제외하면 ▲저소득 취약계층 시세 60% ▲대학생 시세 68% ▲사회초년생 시세 72% ▲노인층 76% 등으로 사회주택보다 임대료가 낮게 책정됐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도 골칫거리가 있다.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거 관련 사회적 경제주체', 즉 주택 리모델링 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건설능력이 없을 경우 전문건설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주택 건설 후 의무적으로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야 하고, 임대료는 2년에 2% 이내로만 인상해야 한다. 이는 연간 5%의 임대료 인상 제한을 받는 기존 준공공임대주택조차 사업성 문제로 등록 실적이 저조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주저하는 요인 중 임대료 인상 제한과 임대 의무기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 임대사업자들에게 융자나 세제 지원을 해주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냐는 의사를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그럴 생각 없다고 답하는 현재 임대차 시장 상황을 정책 당국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