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11일 브뤼셀에서 그리스와 구제금융 협상을 논의하던 중 국제통화기금(IMF) 협상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철수한 이후 디폴트 현실화 가능성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간) 다수의 외신은 오는 18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유로존 고위 관리들이 처음으로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역시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할 경우, 자본통제를 도입하거나 혹은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도 그리스에 12일(현지시간) 밤까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자본통제 등의 비상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채권단측의 압박강도가 높아지자 그리스는 새로운 수정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대표단을 브뤼셀 현지로 급파한 상태다. 연금 삭감과 재정수지 흑자 목표치 등을 채권단 측 요구에 맞게 수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측은 브뤼셀에서 만나 구제금융 협상 합의를 마무리짓기 위한 협상에들어갈 예정이다. 회의는 이날부터 14일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마지막 절충안을 채권단 측에 전달했다"며 "채권단의 개혁안 내용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대한 수용하는 선에서 개혁안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라며 "실현 가능한 선에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측도 협상시한이 촉박하다며 이번 릴레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도 "이번 회동은 오는 15일 오전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 까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상의 성과를 반영해 오는 18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올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날까지 합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협상 없이 바로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좀 더 현실적이 돼야 한다"며 "유로그룹 회의에서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도록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중앙 오른쪽)가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남미 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