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이르면 이번주 중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12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서면 진술서를 추가로 확보해 분석했다.
추가 진술서 조사는 9일 전달받은 서면 질의서에 대한 보완 성격으로, 사실상 이번 리스트 수사는 별도의 소환 없이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리스트 인물 6명을 상대로 한 서면 조사 이후에도 추가 확인이나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부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환 등 본격적인 조사는 검토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3번째 소환자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홍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홍 의원과 함께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서 일했던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모 수석부대변인 등 3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이렇다 할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대선자금 수사는 현재 상황에서 끝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서 시장과 유 시장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메모와 육성 인터뷰를 통해 지난 대선이 있던 해에 각각 2억원과 3억원씩 돈을 건넸다고 지목했다. 김씨는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억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이르면 이번주 내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1억원을,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때 3000만원을 각각 성 전 회장에게서 건네받은 혐의다.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해 일찌감치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상태다.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으면서 부실수사, '꼬리 자르기'수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한 가운데 특검 추진이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 전 회장이 숨진 뒤 두 달이 지났지만, 정권 실세의 대선자금 의혹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이번 수사가 유야무야 끝나면 특검으로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전 국민의 메르스 전쟁을 틈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 면죄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선자금 의혹을 덮으면 안 된다.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으면 특검에게 사건을 넘기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지난달 11일 오전 경남도청 소회의실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선자금 1억여원의 출처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