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주요국 채권금리도 일제히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2013년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듯하다 이내 하락하며 사상최저로 떨어졌다. 과연 미국 기준금리는 장기채권 금리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인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5년간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을 일본과 한국의 10년만기 채권금리 추세와 비교한 결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각국 장기 채권금리에 영향을 주는 진짜 요인은 무엇일까. 수요와 공급이다. 기준금리는 시중의 돈을 조절하는 정책 수단이며 시장금리는 두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시중에 자금이 많아도 소비가 부진하고 투자할 곳이 없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에 시장 금리는 자연스럽게 하락(가격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한다. 실제 미국이 25년간 세 번의 금리 사이클을 겪었지만, 일본은 이와 무관하게 제로금리를 유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우리나라 금리는 어떻게 될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일본의 사례를 닮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표가 금리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고 다음해인 2018년에는 고령화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개인의 소비여력이 감소하고 주택유지 능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 침체는 부동산 경기부진과 투자 감소,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돈이 많아도 수익이 나지 않으니 빌려서 투자할 주체(공급)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근거는 연금이다.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를 일궈낸 그들이 은퇴한다는 것은 그 동안 쌓았던 노후 대비 자금들이 시장에 풀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금융기관들이 연금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기금 초대형화는 채권 투자 활성화와 함께 금리 하락(가격 상승)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근거를 종합해볼 때 단순히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한국도 따라오를 것이란 전망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할 때 투자자라면 금리하락시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장기채권 상품을 찾아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