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임기 절반을 맞이한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특수를 누린 집단은 건설사였다. MB정부 당시 집 값 떨어지는 소리에 밤 잠을 설치던 집주인들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반면, 돈없는 세입자들은 이전보다 더 격렬해진 전셋난 속에 시름하고 있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2012년 MB정부 당시 전국 아파트 신규 분양 평균 청약률은 2.87 대 1이었다. 수도권은 이보다 낮은 2.49 대 1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전국 평균 청약률은 6.43 대 1로 두배 이상 높아졌다. 수도권도 4.14 대 1로 상향됐다. 분양가상한제 탄력적용, 청약1순위 완화, 신도시 지정 중단 등에 청약자가 급증했다.
특히, 정부는 서민형 아파트인 공공아파트 공급을 줄여 민간분양을 도왔다. 전 정부 말 5만2157가구에 달했던 공공분양은 박근혜 정부 첫해 9726가구로 격감했고, 지난해에도 5892가구만이 공급됐다.
골칫거리였던 미분양 아파트도 급감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첫 해 1월 7만5180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5월 2만8093가구로 줄었다. 저가 수주로 인한 해외 실적 부진을 겪은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수익을 만회할 수 있었다.
지난 정부 내내 집 값 하락에 시달렸던 수도권 주택 소유자들도 현 정부의 수혜를 받았다. 2009년~2012년 수도권 아파트값은 2.8% 떨어졌다. 경기도가 4.5%로 가장 하락율을 보였으며, 서울과 인천도 각각 1.5%, 0.3% 내렸다. 하지만 정부가 바뀐 2013년~2015년 5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2.0% 상승 전환,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수도권은 최근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인천이 3.0%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경기와 서울이 각각 2.4%, 0.9% 상승했다.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하우스푸어도 자취를 감췄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경매진행건수는 1만1426건으로 통계 집계 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지고, 일반주택 매매시장이 활기를 보이며 법원 경매장으로 넘어오는 물건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건으로 2006년 108만여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5월까지 전국 누적 매매량은 50만413건으로 역대 최고 거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사와 주택 소유주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걱정을 던 반면 세입자들은 이전보다 더 심한 전세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정부 5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9.0% 올랐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2년 5개월 만에 14.5% 상승했다. MB정부 집권 첫 2년 5개월 동안 8.8%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의 전셋값 상승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3억4111만원으로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 2억7671만원보다 비싸다.
주택매매 활성화 정책에 따라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섰지만, 공급주체인 주택소유자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며 전세시장은 만성수급난에 빠져 있다.
일부 전세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반전세 등 매달 주거비를 내야하는 월세 계약으로 돌아서야 했다. MB정부 말 전체 신규 임대차계약 중 월세 비중은 35.1%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43.6%까지 증가했다.
지방은 절반에 가까운 49.0%가 월세계약이었다. 지난해 8.28전월세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세값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전세난을 포기하고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등을 통해 향후 우려되는 월세 시장 불안에 선제대응하는 모습이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