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 급급한 '히든챔피언', 혁신성 없고 시스템도 미비

합리적 수준에서 목표 기업 조정 필요…R&D 투자 체계적 관리도

입력 : 2015-06-16 오후 6:04:15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4 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는 히든챔피언 사업이 수치 달성 위주로 진행되면서 정책이 주객전도될 가능성, 선정 기업들의 혁신성 결여 문제, 향후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성과 관리 시스템 미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실성 있는 목표 재조정 필요
 
정부는 지역 강소기업 경쟁력 강화사업,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사업, 월드클래스300 등을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으로 통합 운영키로 했다.
 
정부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에 대해 세계시장점유율 1~3위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독자적 성장기반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한국형 히든챔피언 후보기업 육성을 위한 양적 목표로 오는 2017년까지 1150개사를 발굴·육성할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기업은 전체 중소·중견기업 중 2~5%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326개사와 외부감사법인 공시정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지배력, 매출, 매출액대비 R&D 비중, 수출 비중 등을 적용하면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은 63개다.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업이 기준 미달로 중도 탈락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글로벌강소기업으로 선정한 433개 기중 중 49개 기업이 자진포기 등으로 연장되지 않은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량적 정책 목표를 채우기 위해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실제 지난 2011년 수출입은행에 의해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모뉴엘은 지난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향후 히든챔피언 선정에 신중성이 필요함을 입증했다.
 
따라서 정부는 합리적 수준에서 연도별로 육성목표 기업수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선정 후 내실 관리 위한 사후 시스템 강화를
 
지원 업체 선정 후 지속적인 성장과 R&D 투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히든챔피언 지원 우수사례를 보면 A사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약 50명에 육박하는 연구인력을 운영하고, 전체공장 30%의 면적을 R&D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기술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정부가 특허출원 지원을 도우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히든챔피언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독일과 일본의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성공요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술력, 해외 지향성 등 기업 내부적인 노력과 함께 적절한 정부지원이 동반됐다는 점이다. 독일은 산학연 간 클러스터와 정부지원이 있으며, 일본의 교토기업에서는 수평 개방적인 기업 생태계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형 히든챔피언 후보기업인 월드클래스300기업은 R&D 집약도가 오히려 하락하는 등 문제점을 보였다. 실제 2012년 선정된 기업의 2013년도 R&D 집약도는 전년대비 0.5%포인트 감소했고, 2013년 선정된 기업도 2014년도 0.1%포인트 줄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히든챔피언 후보기업군인 월드클래스 사업은 엄격한 평가기준에 따라 선정기업을 마련해 발굴하고 있다"며 "선정 후 R&D 집약도가 소폭 하락한 것은 최근 몇년 간 성장사다리 지원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글로벌 지향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일 뿐 문제가 되지는 않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3년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업의 선정 전 평균매출액 증가율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사업 성과지표인 지원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목표치는 8.0%에 불과할 정도로 지나치게 낮아 목표치 재조정과 지속적인 성장 유지 관리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기청 관계자는 "현재 선정 기업들의 성과분석을 위해 지난해 관련 사이트를 구축하고 연차별 중간평가를 통해 추가 지원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매출, 수출, 고용성과, 지재권 등 현재 평가지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중장기 성과지표를 마련해 올 11월 쯤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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