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예기치 않은 악재들을 만나 그룹을 이끌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시험받게 됐다.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경영권 승계 수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외국계 펀드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위기를 맞고 있다.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사전에 차단하는 삼성 특유의 관리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관리의 삼성'이라는 명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다면 이 지경이 됐겠냐"는 시선 또한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방문,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삼성서울병원장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질책을 당한지 하루만의 일이다.
발병 초기 대처에 실패해 병원내 감염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병원 수뇌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응은 굼떴고, 미진했다. 한국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병원으로서는 너무나도 상식 밖의 일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인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이 부회장이 좀 더 사태의 심각성을 빠르게 파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벌어지는 법적 분쟁도 이 부회장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이 소액주주들에게 적지 않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은, 합병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위상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 왔다.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부터 한화그룹과의 빅딜까지 이 부회장은 그룹의 현안들에 대해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이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들이 겪어보지 못한 대형 악재들이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앞에 놓인 가시밭길을 헤치고 삼성의 최고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29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로 이 부회장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뉴시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