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그렉시트 치닫는 그리스…글로벌 경제 파장은?

유로존 탈퇴시 동유럽 통화가치 급락·경제 위축 우려

입력 : 2015-06-22 오후 2:37:00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그리스 구제금융협상이 어떤 결말을 낼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이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까지 점차 농후해지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한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그리스 시한폭탄이 터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서 불똥을 피하기 위한 유로존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비유로존 국가들 역시 불똥을 피하기 위해 그리스와 모든 금융거래 중단에 나선 상태다.
 
노무라 증권의 주식거래 부문 자회사 인스티넷과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는 그리스 주식 거래를 중단했고 월스트리트 금융사들도 당분간 그리스와 금융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폴트 시나리오 현실 가능성 고조
 
이번주 내에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그리스는 드라기 총재의 표현대로 어떤 국가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uncharted territory)'에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양측 모두 원치 않는 시나리오지만 현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스 내부에서도 이미 디폴트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해 들어 그리스 은행권 전체 예금의 25%에 해당하는 400억유로가 인출된데다 지난주에만 50억유로가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주에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뱅크런(예금인출)이 가속화되면서 그리스 은행들이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도 커졌다.
 
협상 타결 실패로 오는 30일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최종 부도를 면키 어렵다.  채권단으로부터 7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면 현금이 고갈된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할 수 밖에 없는 것.
 
디폴트 이후 다음 단계는 그렉시트다.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상환 만기일인 다음달 20일이 그렉시트 여부를 가늠하는 진정한 데드라인이 될거라는 의견이 많다. ECB 채무를 갚지 않고 유로존에 잔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료=월스트리트저널)
 
◇감내할 수준 vs 끔찍한 결과 초래
 
"디폴트 발생 시, 그렉시트 가능성 50%까지 높아진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져 나간다면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현재 시장의 중론이다.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끄느니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쫓겨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유로존 재정건정성을 강화시키자는 쪽으로 결론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그리스 리스크가 유럽연합 내로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하에 그리스를 과감히 포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렉시트가 오히려 유로화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유로존 내에서도 그렉시트에 대해 일부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그렉시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도 이전에 비해 약해지는 분위기다. 물론 이에대해 그리스를 압박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렉시트는 결국 유로존에 속해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될 게 없는 만큼 그렉시트로까지 사태를 몰고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UBS는 보고서를 통해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동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달러대비 최대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UBS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일 것"이라며 "경제 취약국들이 몰려 있는 남유럽 뿐 아니라 동유럽도 그렉시트 파장은 전면에서 맞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럽연합(EU) 수출 의존도가 높은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스 역시 유로화 사용을 중단하는 그렉시트라는 결말을 맞을 경우,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크마화 가치가 평가 절하되면서 수입 물가는 치솟고 국내총생산(GDP)은 두 자릿수까지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역 결제도 어려워져 당분간 수출입도 전면 마비될 소지가 크다.
 
때문에 자본통제, 유동성 위기에 따른 경제급랭 가능성을 고려하면 그리스도 그렉시트라는 도박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되면 그리스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안게 될 것"이라며 "그리스 경제는 끔찍한 하강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 뿐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에 어느정도 충격을 던져줄지 누구도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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