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무책임함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긴축안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에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스 역시 모욕적인 수준의 긴축안 수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채권단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일각에서는 막장사태라는 언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5년 간 약탈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연금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동기가 숨어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쏘아 붙였다.
결국 구제금융 협상이 물 건너 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현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대비한 움직임인 셈이다.
디폴트에 이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까지 사태가 확장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스에 빌려준 상당량의 돈을 떼이게 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그렉시트 이후 플랜짜기에 돌입했다.
◇그리스 긴장 고조에 주식·채권시장 '출렁'
그리스발 악몽 재현 우려가 한껏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공포감에 휩쌓였다. 디폴트 선언은 시간 문제라는 전제 하에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가파른 속도로 급락했다.
유럽증시의 변동성 지수(VStoxx)는 27.75로 5개월래 최고치를 찍었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2% 가깝게 급락했다.
그리스증시 역시 전날 6% 급락에 이어 4.7% 추가 하락하며 738.25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리스 채권시장의 충격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로존 취약국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며 남유럽 채권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35%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3.37%로 뛰며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유로화 가치도 0.1% 떨어져 유로당 1.12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협상 타결 가능성 "거의 없다"
이달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 만료를 앞두고 오는 18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대한 기대감도 거의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다. 협상 타결 가능성은 제로라는 코멘트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배째라식 대응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채권단에서 긴축안 수위를 낮춰줄 틈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그룹 회의에서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채권단의 추가 긴축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전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우리가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 "향후 일정의 모든 공은 이미 그리스로 넘어간 상태다"라고 언급했다.
양측 모두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디폴트 가능성은 이전보다 한층 높아졌다. 18일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리스 자본통제가 가시화되면서 극단적인 예상 시나리오인 디폴트가 선언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디폴트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단기 충격 클 것
16일(현지시간) 정오 치프라스 총리는 정오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구제금융 협상 결렬에 대한 후속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최종 협상 불발을 대비한 그리스 자체적인 대책수립 마련을 위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 수립에 들어가며 디폴트를 거의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디폴트로 최종 결론난다면 그리스는 뱅크런(예금 인출)사태가 촉발되면서 채권단은 200조원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둘 다 잃는게 많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연쇄적인 도미노식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분간 미국은 물론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소지가 크다.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반면 독일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난 2012년 그렉시트 위기가 커진 이후 안전장치가 마련된 상태인 만큼 당시보다 충격이 크지 않겠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서는 단기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전 총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앙에 바싹 다가선 상태"라며 "만약 협상에 실패한다면 이는 큰 죄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