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가상현실, 당신의 꿈이 현실이 됩니다

VR기술로 실제공간 거닌다…활용분야 무궁무진

입력 : 2015-06-23 오전 10:47:24
A씨는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대 울렁증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다 외웠는데도 이상하게 사람들 앞에만 서면 긴장이돼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명 프레젠테이션은 커녕 끝마치는것도 어렵다. 스피치 훈련도 받아봤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가상현실, 머릿속 상상을 눈앞의 현실로
 
이런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이다. VR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미리 체험할 수 있다. 실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청중을 가상으로 세워놓고 몇 번이고 스피치 해 봤는데, 실전에서 떨릴 리가 없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VR 기술이 발전해 무대 울렁증을 비롯한 각종 심리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날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VR 기술은 카운셀러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VR 기술은 상상 속에만 머물렀던 것들을 모두 현실로 소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술력만 받쳐 준다면 상상을 프로그램화한 영상과 그 영상을 시연할 하드웨어만 있으면 뭐든지 체험 가능하다. 가난한 학생이 한 명 있다고 치자. 이 학생은 제주도 갈 돈도 없다. 그러나 VR 기술을 이용하면 전 세계 어디라도 거의 무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너무 멀어서 못 가는 우주, 가까워도 못 가는 북한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물론 진짜 여행지와 가상의 여행지가 주는 감동은 다르겠지만, 경험의 양을 대폭 확대해 줄 것이란 점만으로도 VR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위험해서 못했던 일들도 가상현실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운전면허 테스트에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거나, 안개 낀 밤 거리를 통과하는 코스는 없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VR 기술로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열악한 환경을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된다. 사고가 나도 가짜이기 때문에 안전하나, 체험 만은 진짜이므로 운전 실력은 는다. VR 기술은 군사 훈련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적의 군사 기지를 공격하거나 아군 인질을 구출해 오는 훈련은 VR 환경에서 실감 나게 구현된다.
 
◇미국 관람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있는 인텔 전시관에서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페이스북·구글·애플 기술 개발 3파전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만큼, VR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시장 분석업체 파이퍼 제프리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VR 시장이 300억달러(32조9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는 오는 2020년까지 VR 헤드셋 선적량이 99%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기업은 소셜네트워크 업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VR 헤드셋 업계의 강자 오큘러스를 23억달러에 인수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페이스북은 헤드셋 소비자 버전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500달러(54만원) 내외에 판매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의 가상현실 체험기인 기어 VR(24만원)의 두 배에 해당하나, 성능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 이번 버전은 내장 헤드폰을 장착해 오디오 기능을 지녔고 동작 트래킹 옵션도 갖췄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5편의 가상현실 영화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페이스북이 헤드셋 강자를 등에 업고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면, 검색업체 구글은 VR 보편화에 앞장서고 있다. 구글이 지난해에 출시한 골판지 헤드셋은 단돈 20달러(2만원)다. 이토록 저렴한 이유는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동 방식도 오큘러스와 기어 VR과 다르다. 이 둘은 그 자체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지만, 골판지 헤드셋은 스마트폰이 있어야 가능하다. 성능도 떨어진다. 상이 맺히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시야도 좁다. 그나마 지난 5월에 공개한 업그레이드 버전은 좀 나은 편이다. 아이폰 IOS(운영체제)와의 호환성을 높였고 사이즈도 키웠다.
 
그래도 경쟁사들 제품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지만, 골판지 VR은 스마트폰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골판지 VR 어플 다운로드 수는 현재 1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구글은 VR과 더불어 증강현실(AR)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구글은 지난해 증강현실 전용 헤드셋을 개발하는 신생업체 매직립에 5억42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 위에 가상 정보를 덧입힌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기술과 같이 사용자의 눈앞에 가상화면을 구현해 준다.
 
애플도 가상현실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경우엔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어떤 기기를 만들고 있는지, 핵심 기술은 무엇인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플이 VR 시장의 숨겨진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유는 최근 행보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VR 전문가를 계속 영입했다. 지난 2월에는 선임 디스플레이 엔지니어와 VR 생태계 기술자를 한 명씩 고용했다. 또 구글 골판지 VR 기술과 비슷한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에는 증강현실 전문기업 메타이오를 조용히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VR 시장이 어느 정도 커지면, 애플이 자사 생태계에 최적화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본다. 한편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VR 사업 초기라 많은 하드웨어 업체가 제품을 출시하겠지만, 시장이 성장해 나가면서 인수합병과 사업중단 등을 통해 교통정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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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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