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생태계, 개방-폐쇄 논쟁 치열

샤오미, '동영상 대연맹' 구축…중국판 넷플릭스 러스 견제

입력 : 2015-06-24 오전 11:01:02
이달 초 샤오미는 '동영상 대연맹' 구축을 선언했다. 요쿠투더우(優酷土豆), 아이치이(愛奇異), 소우후(搜狐), 화처잉스(華策影視) 등 중국의 대표 동영상 기업과 손을 잡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판 넷플릭스를 지향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러스(樂視, leTV)를 견제하기 위해 세를 결집한 것.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샤오미의 제품 이용자라면 누구나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샤오미는 최근 중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는 러스를 견제하기 위해 100여 개 기업과 '동영상 대연맹'을 구축했다. 사진은 동영상 대연맹에 참여한 요우쿠투더우의 사무실 모습.(사진=뉴시스/신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개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샤오미는 개별 기업들로부터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권한을 이양받고, 당국의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샤오미의 역할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무대를 제시한 것에 한정됐고 콘텐츠 수급이나 제작과 같은 나머지 부분은 기업들의 손에 맡겼다. 각자의 역량에 맞는 분업화를 실현한 것이다.
 
여기에 러스는 폐쇄성으로 맞섰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었지만 이를 유통할 경로가 부족했던 러스는 직접 단말기를 제조하는 쪽을 선택했다. TV에 이어 얼마전에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자동차에까지 손을 뻗칠 계획이다. 또한 동영상 수급의 어려움은 직접 제작으로 돌파코자 했다. 영상 제작사를 설립해 판권 걱정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두 기업의 상반된 전략을 두고 콘텐츠 생태계에서 개방과 폐쇄 중 어느 전략을 취하는 것이 더 적합하냐는 논의에 불이 붙었다. 개방된 플랫폼이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과 폐쇄적인 플랫폼이 안정적인 생태계 조성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해묵은 이슈라고 말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경쟁하던 PC 시대부터 어느 것이 더 좋은 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마져도 생전 빌 게이츠와 만나 "나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선택했지만 (MS의) 개방성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란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유명 IT 블로거인 허우지용은 "PC시대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더 폐쇄적인 애플이 득세했지만 훗날에는 MS가 시장을 장악했다"면서도 "이들보다 훨신 개방적었던 리눅스는 이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모바일 시대로 넘어와서도 초기에는 폐쇄적인 애플이 산업 혁신을 주도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허우지용은 "산업 생태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개방과 폐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과 다양성"이라고 지적했다. 샤오미와 러스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단말기의 혁신은 이미 어느정도 진행이 된 만큼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분에서는 자체적인 제작 역량을 키우려는 러스보다 다수의 플레이어와 협력하는 샤오미가 좀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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