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메자닌에코원 대표가 작업장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메자닌에코원)
"국내 사회적 기업 경영환경이요? 가끔 사회적 기업 관련 아카데미 같은 곳에 초청돼 강연을 할 때마다 저는 비관적으로 얘기합니다. 괜히 취약계층 돕는다고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취약계층을 두번 죽이지 말고 정말 경쟁력 있거나, 정확한 걸 발견하면 시작하라고 말하죠."
경기도 파주 메자닌에코원에서 만난 이중석 대표는 인터뷰 내내 국내 사회적 기업의 경영 환경에 대해 '돌직구'를 날렸다. 이 사장이 메자닌 에코원을 이끈지 햇수로 6년, 그가 겪은 숱한 어려움들을 듣다보니 그의 쓴소리가 이해가 됐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려는 이들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조언한다. 사회적 기업도 수익을 낼 때 본래의 사회공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치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 중 정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많다"며 "아직 한국의 사회적 기업이 가야할 길은 멀고 험난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주목받던 사회적 기업
메자닌에코원은 탈북자들을 고용해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설립한 친환경 블라인드를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열매나눔재단과 보건복지부(사회투자지원재단)가 공동투자하고, SK에너지가 설비를 지원해 지난 2008년 12월 설립됐다.
설립 초반 7억원의 지원금과 함께 대기업인 SK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영 노하우가 없던 메자닌에코원은 설립 8개월만에 자본잠식에 빠졌고 부채도 1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이 대표가 메자닌에코원을 이끌게 된 것도 바로 이즈음인 2009년 8월이다.
이 대표는 "원래 블라인드 유통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열매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김동호 목사의 권유로 메자닌에코원의 경영을 맡게 됐다"며 "취임 이후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탈북자들의 개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후 메자닌에코원은 오동나무에 필름을 입히는 대신 옻칠을 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며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2009년 연매출 4억원에 불과했던 메자닌에코원은 이후 2010년 14억원, 2011년에는 28억원의 매출 성과를 달성했다.
또 메자닌에코원이 사회적 기업인 만큼 이 대표는 경영마인드와 함께 복지마인드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펼쳤다. 직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탈북자들의 우리 사회 정착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본인도 다시 학교를 찾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회복지를 이해하기 위해 2012년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졸업하며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또 회사를 경영하며 탈북자들의 적응을 지원하며 자존감 회복을 위해 회사 내 북한말 사용 금지, 한국노래 부르기 등 교육에도 적극 나섰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메자닌에코원 작업장 전경.(사진=메자닌에코원)
◇사회가 사회적기업 발목을 잡다
초반 경영난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했던 메자닌에코원은 이내 다시 위기를 맞이한다. 무엇보다 회사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악재로 인한 위기였던 만큼 이 대표의 절망감도 더욱 컸다
메자닌에코원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의도가 불순한 다른 기업들이었다.
이 대표는 "근처에 탈북자 출신 사장이 운영하던 한 기업이 있었는데 일정 급여를 주고 회사에 투자하면 추가적으로 급여를 얹어주는 조건으로 탈북자들을 회유해 탈북자 출신 직원 10여명이 이직을 했다"며 "결국 그 기업은 400억~500억원 규모의 부도를 내고 사장도 중국에서 잠적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메자닌에코원의 제품과 사회공헌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한 기업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기업이 있었는데 통일형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우리회사 제품을 카피했다"며 "당시 경기도에 찾아가 민원을 넣어봤지만 상거래상 말릴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한 고령자 친화기업은 제품 카피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경력자들까지 빼가서 생산방식조차 카피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거래처들이 같은 회사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한때 30여명에 이르렀던 직원의 수는 현재 14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중 탈북자 직원은 2명, 다문화 가정 2명, 고령자 2명 등으로 취약계층은 총 6명만이 남은 상황.
이 대표는 이같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업'들이 난립하는 데에는 정부의 전시성 행정이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에서 인증하는 사회적 기업을 비롯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단체 및 고령자 친화기업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통일부 역시 통일형 사회적 기업을 인증하고 있다. 즉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사회적 기업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고 또 갯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며 "목적이 뚜렷한 몇몇 기업들을 확실히 걸러내 꾸준히 지원하다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회적 기업들은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컨설팅 제도 역시 관련 기관들의 무성실한 태도로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전문컨설팅에 지원해 컨설팅을 받았지만 담당 컨설팅 기관의 불성실한 태도와 무관심으로 아무 소득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며 "좋은 제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컨설팅 기관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갑질도 여전히 사회적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꼽았다. 그는 "지난 2012 한 대형마트에 입점했지만 판매사원 인건비 지원 및 불공정한 거래관행 등 이른바 갑질 횡포로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통일 준비하는 기업' 꿈 이룬다"
이같이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메자닌에코원은 올해 전환점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이어져 온 적자 행진을 올해 끊어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우드블라인드의 제품 경쟁력을 자신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형 블라인드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으며 특판 영업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자닌에코원의 제품 기능을 인증받고 최근 대형 입찰에서 잇따라 계약을 따내고 있는 상황.
이 대표는 "기존 고객사인 기술보증기금에 이어 지난해 SK하이닉스 청주 공장에 제품을 공급했고 올해에는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에 1억5000만원 규모의 제품 공급을 수주해 진행 중"이라며 "또 재작년 호텔신라에 2차 벤더로 납픔을 한데 이어 올해 초 워커힐 호텔의 공사수주를 따내면서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호조에 힘입어 메자닌에코원은 본래 설립 취지였던 통일을 준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초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고용창출 역시 다문화 가정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메자닌에코원은 원래 통일을 준비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통일이 되면 북한에 블라인드 회사를 세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며 "사회적 기업의 존재의 이유는 사회공헌인 만큼 수익창출 여부와 관계없이 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