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김정은 시대의 김여정

‘제2의 김경희’ 역할 맡나…북한 사회 여성관도 바뀐 듯

입력 : 2015-06-28 오후 3:16:49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5일에는 김 제1비서의 신축 ‘평양국제비행장 항공역사 현지지도’에도 부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해 3월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에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김일성정치대학에서 투표한 것을 시작으로 김정은을 수행하는 공식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후 최근까지 모두 29차례의 수행 실적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데, 지난 해 14차례의 수행 보도에 비해 올 해는 6개월 만에 15차례 보도되어 횟수도 두 배로 늘어났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60여 차례 수행에는 못 미치지만 모란봉악단 공연 등의 선전 부문 사업에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방초소, 군 훈련 참관 및 경공업 공장 현지지도에도 참여하고 있어 거의 모든 부문의 현지지도와 참관에 동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여정의 등장은 예견된 면도 없지 않지만, 시기적으로는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고모 김경희 비서가 정치 일선에서 자취를 감춘 이후인 2014년부터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그 동안 김경희 비서가 김정은의 보좌역을 담당했던 것을 대신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한다.
 
<로동신문>이 보도 형태를 보면 김여정의 실명이 공개되는 경우 거의 대부분 사진도 함께 실리고 있다. 다만 주요 인사들 무리의 한 발쯤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1면 상단의 큰 사진 보다는 하단의 작은 사진이나 2면에 중간 크기의 사진으로 실리는 특징을 보인다. 정면 단체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김정은 제1비서의 왼쪽으로 2~4인 건너 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올 해 들어서는 근로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은 모습도 공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은 제1비서의 ‘스킨십 사진정치’에 동참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2012년 벽두부터 ‘류경수 105탱크사단’ 방문을 시작으로 현지지도를 시작했는데, 대체로 어두운 표정의 ‘경직된’ 사진들을 매체에 실었다. 팔짱을 끼더라도 오히려 위로받는 듯한 인상의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사망 100일이 지난 3월 말 이후로는 사진 속 표정도 밝아지고 인민 대중들과 여성, 남성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포옹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스킨십 사진정치는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 시기와도 다른 모습이었다. 김일성·김정일은 어린이를 껴안고 사진을 찍은 적은 있어도 일반 대중들과 함께 찍지는 않았다. 이제 김정은 시대의 달라진 모습에 김여정도 동참하게 된 것이다. 김여정이 남자 근로자와 어깨동무 한 모습은 매우 이채롭다.
 
특이한 점도 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되어있는 금수산태양궁전에 방문할 때에는 김여정의 동행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주로 설날과 생일(2월16일과 4월15일), 기일(7월8일과 12월17일) 그리고 당창건 기념일(10월10일)과 최고사령관 추대일(12월24일) 등 1년에 8차례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만 장례식 이후 현재까지 김여정이 단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석하기 어려운 일이다. 올해는 부인 리설주 역시 동행한 적이 없지만 그동안 5차례 동행한 바 있으며, 고모인 김경희 비서도 2013년 8월 이후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모두 8차례 동행한 바 있다. 김여정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산소에 방문한 사실이 보도되지 않는 것은 왜일까? 비공식적으로 참배하다가, 2014년부터 김경희 비서가 종적을 감추면서 김여정의 이름도 올리기 어려워진 건 아닐까 한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
아무튼 김여정의 공식 행보는 매우 활발해지고 있고, 이것이 여성에 대한 북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에는 여성 전투기 조종사를 만들어낸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어머니의 날(11일16일)이 제정되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김경희 비서의 행보에는 못 미치더라도,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김정일을 보좌하기 위해 동생 김경희가 등장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최근 김여정의 행보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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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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