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분쟁 조정 관심없는 지자체

서울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0'…"있으나 마나"

입력 : 2015-06-28 오후 1:07:38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임대주택 관리에 손을 떼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주택이 있으면 의무적으로 꾸려야 할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지역이 상당수다. 이들 지자체들은 분쟁을 해결할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절실한 상황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된 자치구가 한 곳도 없다. 임대주택법 제33조에 의거, 시군구청장은 임대사업자와 임차인대표회의 간에 발생하는 임대주택 관리, 분양전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의 변제 및 임대보증금 반환 등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임대주택이 있는 자치구가 11곳이나 되는데도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유일하게 관련 조례가 있는 관악구에서조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 임대주택이 있는 전국 135개 시군구 중 분쟁조정위원회가 구성된 곳은 33%에 불과한 45곳에 그쳤다. 임대주택분쟁조정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역은 48%를 차지하는 64곳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한 곳보다는 많았지만, 이마저도 임대주택법 개정으로 운영이 제각각이다.
 
지난 2008년 임대주택법이 개정되며 지자체 조례에 위임한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운영 관련 사항이 삭제, 시행령에 근거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조례를 아예 폐지하거나, 조례를 개정해 공포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폐지한 지역은 ▲경기 7곳 ▲인천 3곳 ▲울산 1곳 ▲광주 1곳 ▲대구 1곳 ▲강원 1곳 ▲충남 4곳 ▲전남 3곳 ▲경북 3곳 ▲경남 2곳 ▲제주 1곳 등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주택법 개정이 아닌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와의 통폐합을 폐지 근거로 삼았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는 주택법에,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주택법에 설치 근거를 두고 있어 기능이 유사한 위원회가 각각의 조례로 운영돼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주택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주택법이 아닌 주택법을 근거로 구성되는데다, 하자보수와 리모델링, 층간소음, 관리비 징수 및 사용에 관한 사항들을 심의하기 때문에 독립된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임대주택분쟁조정심의 대상에서 하자보수 관련 사항은 20%를 차지한 데 반해, 분양전환 가격과 부도임대주택 매입 등 임대주택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이 6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근거 법령이 바뀌어 시행된 지 7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대구 5곳 ▲인천 3곳 ▲울산 1곳 ▲경기 4곳 ▲강원 1곳 ▲전남 2곳 ▲경북 3곳 ▲경남 3곳 등지에서는 아직도 개정 이전 근거법령을 조례에 명시한 채 방치하고 있다. 임대주택 분쟁 조정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조례를 개정한 지역은 ▲서울 1곳 ▲부산 1곳 ▲대구 1곳 ▲광주 4곳 ▲경기 2곳 ▲강원 2곳 ▲전남 1곳 ▲경남 1곳 등 밖에 안된다.
 
반면,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임차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해도 임대사업자의 불참으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지 않거나, 분쟁조정을 하더라도 이행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또, 분쟁조정 신청 대상에 임대기간, 임대료, 보증금 등의 임대조건은 포함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임대주택 분쟁조정 사례 중 임대사업자의 거부로 조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합의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 및 분쟁조정 대상을 확대하고 권한을 강화하고자 임대주택법에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에 대한 분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주택 분쟁조정에 불참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임대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 조치가 담긴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조정하기도 힘들고, 조정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 대부분이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등 임대주택 관리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수도권의 임대주택. 사진/ 뉴스토마토DB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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